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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Mar 30. 2024

'편견 없는' 어른이 많아지는 세상

영화 <로빙화> 감상문

          



 길고 긴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제목인 왜 로빙화인지, 로빙화가 무엇인지 몰라서 검색해 보았지만, 영화와 원작 소설 외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이 영화는 미술 천재에 관한 영화이다. 아인슈타인처럼 살아생전 영광을 누린 천재도 있지만, 대부분 천재는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태어나 힘든 인생을 살다 요절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아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렸다. 그저 말썽꾸러기 취급만 받고 늘 가난에 허덕였던 아명의 운명이 허망했다. 비록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은 것에 감사해야 할까? 세계대회에서 1등에 입상했지만, 엔딩 부분에서 가족들은 그 상장을 불태워버린다. 마을을 널리 알리는데 공로를 세운 아명은 그렇게 목숨도, 명예도 지워지는 걸까?


 만약 인생을 택할 때, 불행한 천재와 행복한 범인 중에 고르라면 어떤 것을 택할까? 오직 양자택일이라면 참 고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행복한 천재와 행복한 범인 중에 고르라면 누구나 행복한 천재를 고를 것임이 자명하다. 세상이 행복한 천재가 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대부분 천재는 사람들의 시기, 질투로 인해 공격받고,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좌절하고, 각종 사회적 병폐와 문제들로 인해 재능이 묻히기가 쉽다. 그런 척박한 환경을 뛰어넘고 세상에 이로운 결과물을 남길 때야 그는 비로소 천재로 인정받는다.


 아명을 발견하고 지원한 곽 선생은 미술 대회에 나갈 학교 대표로 아명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장의 권력 아래에서 아부와 눈치를 보고 있는 교장과 학교 선생들은 이장의 아들인 임지홍을 추천한다. 대만이나 한국이나 다를 게 없는 상황에 기시감을 느꼈다. 문득 2011년에 제자와 과학 탐구대회에 나간 일이 떠올랐다. 과학 업무 담당자로서 학교 대표를 선발해서 주말에도 일하며 열심히 과학 탐구대회를 준비했는데, 당일에 면접 심사가 취소되었고 우수상을 받았다. 최우수상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교육청 심사가 취소되고 보고서만으로 상을 던져 준 것이 이해가 가지 않고 허탈했다. 어쨌든 상을 받았으니 만족하긴 했지만,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명을 불행으로 던진 것이나 다름없던 이장은 아명이 죽은 후 세계대회에 입상하자 소감을 발표하며 마지막에는 이렇게 덧붙이다. “미술이나 음악이나 체육에 재능이 뛰어난 학생은 마을을 빛내주기를 바랍니다.”라고. 참으로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곽 선생님이 없었다면 소리소문 없이 묻혔을 아명의 재능이 주목받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내 남동생은 웹툰 작가 지망생이고 나는 그림을 종종 취미로 그린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아명의 아버지처럼 그림 같은 건 그리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 이 영화가 감명 깊게 와닿았다. 이 영화는 천재의 인생을 그린 영화지만, 나는 천재든 아니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천재’에 방점을 찍기보다, ‘편견 없는 어른’이었던 곽 선생에게 주목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재능을 타고난다. 단지 각자가 재능을 발휘하는 분야가 다를 뿐이다. 영화에서 곽 선생님은 홀로 외로움 싸움을 하였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곽 선생님 같은 분이 많아져서 학생 누구에게서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것은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도 함께 개선해 나갈 때 더욱 수월할 것이다. 이 영화는 1989년작이다. 지금은 얼마나 세상이 더 많이 변화되었을까?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2022년에 작성한 대학원 집단상담 수업 과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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