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실비아 플라스는 <실비아 플라스>라는 영화를 통해 먼저 알게 됐다. 비운의 미국의 천재 시인. 영특하고 매력적인, 재능이 넘치는 시인었지만 남편의 바람으로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하고 마는… 조선시대 허난설헌도 그렇고 여자는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따라 인생이 좌우되기도 한다. 요즘은 좀 다를까?
그런 천재적인 재능과 비운의 인생이 서글퍼서 애착을 느끼던 중, 우연히 동화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게 동화구나라는 걸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느낌도 나고 토베 얀손의 동화 느낌도 난다. 소박하고 단출한 일상 속에 유쾌함과 창의적인 서사가 깃든, 한 편의 마법 같은 이야기. 여기에는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훈화 같은 교훈도 없고 그저 이야기를 따라가며 머릿속에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 된다.
독특한 겨자색 정장을 줄여 입어 나가는 맥스네 가족 이야기인 <이 옷만 입을 거야>, 소금 요정과 후추 요정, 부엌의 가재도구들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는 마법 같은 이야기, <체리 아줌마의 부엌>, 그리고 상상의 한계를 넘어 기발한 침대가 총출동하는 <침대 이야기>까지… 태어날 자녀를 위해 사랑스럽고 다정한 이야기를 지은 실비아 플라스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그리고 나도 자녀들을 위해 이런 아름다운 동화를 지어보고 싶다고 꿈꾸게 된다.
실비아 플라스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지 않고 계속 작품을 써나갔다면 어땠을까라고 상상해 본다. 아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못지않은 명작을 많이 남겼을 것 같다.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동화작가였던 그녀에게서 이 동화집을 통해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을 주운 기분이다. 한달음에 읽을 만큼 짧고 유쾌하고 가볍지만 재밌다. 동화를 읽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특히 세 번째 동화 침대 이야기는 아이들과 함께 읽고 또다른 침대를 상상해 보는 활동을 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행복을 선물해 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