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은 성진과 팔 선녀(꿈속에서는 양소유와 2처 6첩)라는 9명의 등장인물을 상징하는 ‘아홉 구’와 인생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구름과 같이 덧없는 것이라는 뜻의 ‘구름 운’과 인생의 참된 진리를 꿈을 통해 깨닫는다는 ‘꿈 몽’을 합친 말이다. (작품 개관 중) 고등학생 시절 참 많이 접해보았던 작품이고 읽었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오늘 다시 읽어보니 이 소설이 왜 그렇게 춘향전 다음으로 해외에도 많이 수출되었는지 알 것만 같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인생무상’, ‘일장춘몽’ 등 인생의 허무함을 이야기하는 소설로 배웠었는데 2시간가량 완독하고 나니 인생의 진리에 근접한 듯하다. 이 이야기가 인생의 허무함이라고 말하는 것은 ‘입신양명’과 '많은 여자'들을 거느린 것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인생의 진리는 거기에 있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성진은 꿈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육관대사에게 자신이 헛된 욕심을 부렸던 것을 뉘우치고 불도를 닦아 극락세계로 돌아간다. 이 소설은 비록 조선시대 소설이지만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의 성공과 지위, 명예, 술과 여자는 결국 허망한 것이라는 작가 김만중이 의도한 주제의식. 이 소설은 정말 쉼 없이 술술 읽힐 만큼 이야기가 흡입력있게 전개되며 도가 사상을 바탕으로 해서 신비하기도 하고 유교를 바탕으로 한 조선 시대의 절제된 삶과 규율, 충효사상뿐만 아니라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불교사상까지 바탕이 된 한글 소설의 대표작품이다. 불교의 금강경에서 ‘공 사상’이 작품의 기반이라고 하는데 유배 생활 중 어머니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일종의 연애담을 다룬 내용인데 이것이 어머니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형도 죽고 자신마저 유배생활에 처한 상황에서 불교의 ‘공 사상’처럼 모든 것이 헛되고 허무하니 괴로움에 집착하지 말고 편안하게 마음을 가지시라고 지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과 더불어 해외에 제일 많이 수출된 소설이 <춘향전>이라고 하는데 춘향전은 양반 출신 이몽룡과 기생 딸인 춘향이의 사랑을 담은 소설이다. <구운몽>은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지만 <춘향전>은 신분의 장벽을 뛰어넘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고 조선시대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둘을 연결하면 결국 인생에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노트북>은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남자가 자신의 사랑을 회고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 남자는 이런 말을 한다. ‘평생 한 여자만 사랑했으니 내 인생은 성공적이었어요.’
성진은 육관대사의 도움으로 꿈을 꾸고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지만 평범한 우리네는 이 소설을 읽어도 깨달음이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평생을 다 살아보고 죽기 직전에 내가 인생을 헛살았구나 단말마의 비명을 외치다 죽을 수도 있다. 정신과의사이자 호스피스 운동가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기 직전 삶을 후회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책을 펴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도처에 어떻게 살면 좋을지 지혜를 알려주는 인생선배들도 책도 넘쳐난다. 다만, 우리는 알면서도 눈을 지그시 감고 모른체 하며 삶의 쾌락과 방만을 즐기면서 인생을 낭비한다. 그러나 결국 수많은 고전과 진리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따른다면 한 번뿐인 우리 인생은 더욱 멋지고 후회 없는 아름다운 삶이 되지 않을까? 나라면 선인들의 지혜를 흡수해서 인생의 종반부에 만족스러운 일생을 보냈다고 자신하며 편안히 눈감고 싶다. 그건 바로 사랑의 삶이자 깨달음의 삶을 살 때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