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가 한국에 온다면
학창 시절 문학소녀나 다름없던 내가 좋아했던 책이라면 셀 수 없이 많다. 빨간 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 갈매기의 꿈, 꽃들에게 희망을,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등. 그런데 그중에서도 내 인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특별한 책 한 권을 꼽자면 바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이다. 어린 왕자는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어쩌면 아직도 다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린 왕자>가 너무 좋아서 책을 여러 번 읽고 생텍쥐페리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장 피에르 다비트라는 작가의 <다시 만난 어린 왕자>까지 읽기도 했다. 어린 왕자 영화를 보고 어린 왕자 음악을 부르고 어린 왕자 전시회도 찾아다녔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3년 동안 어린 왕자 홈페이지를 운영했었다. 홈페이지명은 <어린 왕자의 작은 별>. 어린왕자 줄거리와 작가인 생텍쥐페리 소개, 관련 기사 스크랩 및 자료를 게시하였고 그 당시 유행하던 음악 재생 프로그램인 윈앰프 스킨을 직접 제작해서 올리기도 했다. 내 홈페이지는 꽤 방문자가 많았었는데 나에게 홈페이지 배너 선물을 해 주시기도 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한 분은 닉네임이 ‘조나단’이었는데 내가 갈매기의 꿈을 재밌게 읽어서 더 기억에 남는 듯하다.
대학교 아동문학 수업 시간에 알게 된 교수님 홈페이지에 나의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드리기도 했는데, 그것을 보고 들어온 동기 언니가 방명록에 ‘정말 너답다’라고 글을 남겨주어서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런데 후에 그 언니는 나를 주도해서 따돌렸다.) 어린 왕자처럼 맑고 순수한 이야기와 닮았다고 하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말 내 삶을 어린 왕자의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내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장면은 어린 왕자가 사막에서 뱀에게 물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이다. 책에서는 명확하게 밝혀주지 않고 있어 더 애가 탔다. 그 작고 연약한 어린 왕자가 정말 죽어버린 것은 아닐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나는 소설 속 비행사처럼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갔다고 믿고 싶다. 아니 믿었다. 내 마음속에 어린 왕자는 늘 살아있으니깐.
나는 언젠가 어린 왕자가 한국에도 방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왕자가 임금, 술꾼, 사업가, 허영쟁이, 상인, 점등인, 지리학자의 별에 방문했듯이 한국이라는 별에도 놀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나는 어린 왕자가 한국에 온다면 우리나라의 이모저모를 알려주고 싶다. 넓고 푸른 한강,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배경이 된 포항시, 내가 사는 가평(2021년 기준) 그리고 K-Pop, K-드라마 등.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일구었는지 또한 얼마나 실력 있고 따뜻한 사람이 많은지 어린 왕자에게 소개해주고 싶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장미를 지키기 위해 소중히 가꾸었듯, 우리도 우리나라를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국에 온 어린 왕자>라는 책을 내보는 게 소망이다.
‘가장 중요한 비밀은 마음으로 보는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겨 두었기 때문이야.’,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보석 같은 명언을 남긴 책, <어린 왕자>. 삶이 너무 바쁘고 지치고 힘들 때는 잠시 잊을 때도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마음속에 활화산처럼 다시 타오르는 것이 어린 왕자이다. 어린 왕자가 있어서 학창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고 인생을 버티는 힘을 얻었으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어린 왕자에게 배운 것을 되돌려줄 때인 것 같다. 내 인생의 책, <어린 왕자>와 함께 세상을 따스하게 만들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