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건 닮아서일까?
영화 <창가의 토토>를 보고
<창가의 토토>를 개봉 첫날 보았다. 작년에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영화관 관람은 거의 1년 2개월 만이다. 그래서 한껏 기대하고 갔는데 다소 실망스러웠다. 스토리 자체로만 보면 훌륭하고 감동적이지만 소설 원작에는 드러나 있지 않던 일본적인 정서가 물씬 느껴진 것 때문에 반감이 들었다. 일본 여행도 두 번 다녀오고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소설도 좋아하고 친근한 것도 사실이지만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가 그 당시를 미화하는 건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교육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소설만큼이나 이 영화도 꽤 멋진 수작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 원작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대사, “사실은 너는 정말 착한 아이란다.”가 영화에서는 “사실은 너는 훌륭한 아이란다.”로 번역되어 있었다. ‘착한’이 ‘훌륭한’으로 바뀐 게 조금 의아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착한’이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약삭빠르고 요령을 잘 부리고 처세를 잘해야 야무진 것으로 보고 착하고 수더분하면 만만히 보고 함부로 하고 평가절하한다. 그냥 내 생각인데 그래서 ‘훌륭한’으로 번역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사람들한테 충격을 받은 일들이 많은데 스스로가 ‘착한 사람’으로 불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점이다. 그리고는 자신은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사회가 각박하고 각자도생 시대가 되어버린 걸까?
하지만 나는 소설 속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 어린아이가 훌륭할 필요가 있을까? 착한 사람이 거의 없는 세상에서 착한 사람이 인정받지 못하고 핍박받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를 격려해준 소설 속 고바야시 선생님의 마음과 표현이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한국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나 사람들의 각박함과 폐쇄성은 비슷했나보다는 생각이 든다. 전차를 교실로 이용하고 산과 바다에서 나는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고 발가벗고 물놀이를 하는 토토네 학교 아이들을 흔히 번듯한 일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떼로 몰려와 ‘찌질하다’고 놀려댄다. 뉴스에서 보니 우리나라에는 개근 거지라는 말이 유행한다는데 데칼코마니처럼 상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쟁으로 학교가 불타 없어지는 상황에서 또 어떤 학교를 세울지 고민하는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다소 섬뜩하게 느껴졌다. 나는 전쟁이란 것을 겪지 않았으니 축복받은 세대일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대신 우리 세대는 학창 시절 지독하게 학교폭력과 입시전쟁에 시달렸으니 세대마다 행운과 불운의 무게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누가 더 편한 세대라는 혐오성 발언은 멈춰줬으면 좋겠다. 다만, 그 시대적 아픔 상황에서도 세상에 무관심하고 약삭빠르게 술수를 부리며 자기 이득만 취하던 자들은 같은 세대임에도 그러한 아픔을 전혀 이해못하겠지. 그런 사람들로 인해 특정 세대의 고통이 조각되는 것 같다.
서두에서 이 영화가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한 것은 일본색이 짙어서였을 뿐, 만약 우리나라 영화였다면 매우 감동적인 영화라고 평했을 것이다. 마치 안중근 의사가 일본에서는 역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영웅인 것처럼.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토토’ 같은 아이를 찾아보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우리반에도 있다. 어찌나 특징이 비슷한지 ‘토토’를 보며 계속 우리반 아이가 생각이 나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모난 돌이 정 맞듯이 ‘토토’처럼 우리반 아이도 선생님들한테 좋은 이미지는 아닌 듯 하다. 그런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건 나도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토토’에게는 고바야시 선생님과 친구들이 커다란 지원군이 되어준 것처럼 나도 잘 찾아보면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더 많은 인기를 끌어서 말썽꾸러기 취급받는 아이들이 소외당하지 않고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기를 바란다. 세상을 반짝반짝한 호기심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탐구하고 옆의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토토’처럼, 분명 그 아이들도 주변의 사랑과 관심, 지지만 받쳐준다면 아주 보석처럼 예쁜 어른으로 자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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