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는 법,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를 읽고
강의의 시대는 끝났다. 강의 위주의 교육을 받은 사람은 앞으로 인공지능의 종이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 유수의 대학들, 하버드•스탠퍼드•MIT•예일 같은 대학들이 강의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세계최고의 대학들의 강의를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만 되면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면 좋아 보이기는 하나,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속내는 그렇지 않다. 강의를 공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지 않은 강의를 인공 지능 시대의 형태에 맞는 수업으로 바꾸고, 기존의 강의는 무료로 공개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하는 속셈이 진짜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이라고 들어보았는가? 미네르바 스쿨은 2015년에 개교한 글로벌 혁신 대학교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다. SAT 고득점은 곧 학생이 부유하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입학원서에 집안 배경 관련 정보도, 미국 대학 입학시험인 SAT나 ACT 점수도 요구하지 않는다. 미네르바 스쿨의 합격률은 2017년 기준 2%로 하버드대학교(5.8%)보다도 낮으며 요즘에는 하버드대와 미네르바 스쿨에 동시 합격하면 주저 않고 미네르바 스쿨을 택한다는 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포기하고 미네르바스쿨 간다…'스카이캐슬' 들어가도 받아적기만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1901097147g >
인공지능이라면 아직 와 닿지 않는 사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또한 인공지능하면 아이폰의 ‘시리’, SK텔레콤의 ‘아리’등을 접해본 것이 전부이고 잘 사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고, 실제로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인공지능이 깊숙이 들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인공지능 의사, 인공지능 교사, 인공지능 간호사, 인공지능 목사, 인공지능 승려 등. 인공지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암 센터는 이미 지난 2016년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하여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환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월 스트리트의 최대 금융 투자 기업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인공지능 켄쇼는 600명의 트레이더가 한 달 가까이 처리해야 하는 일을 고작 3시간 20분 만에 끝냈다고 한다. 그 결과 598명의 트레이더가 해고됐다고 한다. 나머지 2명은 인공지능의 업무를 보조할 인력을 전락했다.
전 세계에서는 ‘인공지능 교사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중이다. 호주의 세인트피터스 여학교 유치원에서 활약하는 인공지능 교사 아이다, 중국의 200개 넘는 유치원에서 활약하는 인공지능 교사 키코,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의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인공지능 교사 매티아, 핀란드의 인공지능 교사 오보봇, 역시 수학을 가르친다. 핀란드 남부의 초등학교에서 23개 국어를 가르치는 인공지능 교사 엘리아스, 뉴질랜드의 인공지능 교사 에이미. 뿐만 아니라 일본 교육부의 2019년 ‘인공지능 영어 교사 프로젝트’까지.
미국 예일대학교 브라이언 스카셀라티 교수팀은 자폐 아동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한 뒤 이렇게 발표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교사는 자폐 아동의 사회성을 키우는 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인공지능 교사는 아이들을 ‘자기도 모르게’ 편애하는 일도 없고 차별하는 일도 없으며 인상을 쓰는 일도, 화를 내는 일도, 소리를 지르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언제나 온화하고 언제나 친절하고 언제나 다정하고 언제나 자상하고 언제나 섬세하다. 인공지능 교사는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상태에서 교육을 한다. 인공지능 교사에게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학업 성적이 즉각적으로 상승하고, 교우 관계가 눈에 띄게 좋아지며, 따돌림 문제가 효과적으로 해결되고, 자폐증이 빠르게 치료되는 이유다. <본문 109쪽>
현재 교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심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영역에 깊숙이 침투해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데 나는 교육의 현장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더해 프레카리아트라는 신조어를 접하니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었다.
책에서 언급된 서울대학교 유기윤 교수팀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한국 사회는 네 계급으로 나뉜다고 한다.
제1계급 인공지능 플랫폼 소유주(0.001%)
제2계급 인공지능 플랫폼 스타(0.002%)
제3계급 인공지능
제4계급 프레카리아트(99.997%)
제1계급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소유한 사람으로 오늘날로 치면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애플•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창업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2계급은 제1계급이 소유한 플랫폼 안에서 스타가 된 사람들로 지금의 할리우드 스타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제3계급은 바로 인공지능이다.
제4계급은 오늘날의 자영업자․전문직 종사자․사무직 종사자․노동자 등 대부분의 직업군이 속하는 계급이다.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한국인의 99.997%가 프레카리아트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인간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가 세계 평균 69대보다 무려 462대나 많은 531대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비율’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릴까? 이미 인공지능 시대가 시작되었지만,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수확가속의 법칙을 이용해 다음과 같이 예상했다고 한다.
2029년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나온다.
2045년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나온다.
그리고 작가는 해외 석학들과 연구기관, 우리나라 전문가들과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자료들을 분석하고 종합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인공지능에 의한 전문직 대체는 이미 시작되었다.
-인공지능에 의한 전문직 대체가 눈에 띄기 시작하는 때는 대략 2025년이다. 2025년부터 2035년 사이에 전문직의 10~30%가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어 실업자로 전략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공지능에 의한 전문직 대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때, 그러니까 전문직의 30~50%가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어 실업자로 전락하는 때는 2035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2045년부터는 전문직의 80~90%가 인공지능에게 대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복잡함과 두려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지만, 다행히 저자는 문제의식과 함께 대처법도 알려준다. 인공지능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의 입장에서 느끼거나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즉 공감 능력이 없다. 그리고 공감을 통해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 있던 것에 혁신을 일으키는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바로 이 두 가지가 해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작가는 8가지를 그 방법으로 제시한다.
에이트01 디지털을 차단하라
에이트02 나만의 ‘평생유치원’을 설립하라
에이트03 ‘노잉’을 버려라, ‘비잉’하고 ‘두잉’하라
에이트04 생각의 전환, ‘디자인 씽킹’하라
에이트05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하라
에이트06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에이트0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에이트08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
8가지를 짧게 요약하면, IT기기가 없는 곳에서 어린아이 상태로 돌아가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철학하는 법을 익히며 기존의 지식들을 새로운 것들과 융합하고 세계 곳곳에서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며 봉사활동을 생활화하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 예로 청각장애를 가진 어머니 때문에 가슴 아파하다가 보청기에 이어 전화기까지 발명한 벨, 관절염을 앓는 할머니를 위해 노인 분장을 하고서 3년 넘게 116개에 달하는 도시를 다니고, 기존 디자인 문화에 혁신을 일으킨 퍼트리샤 무어, 작가 본인의 목조 주택의 욕실 누수문제를 혁신적으로 바라본 건축가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면 방대한 자료조사와 경험에 기초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일상에 안주하기보다 사고를 변화시켜 창조적 인재가 되는 방향으로 일상을 수정해야 함을 느꼈다. 또한 제자들을 교육할 때도 아이들의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일깨우는 방법으로 교육과정에 혁신을 일으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미국 컬럼비아 의대는 소설 창작도 함께 가르친다고 한다. 의사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능력이 환자의 심적•육체적 두려움과 고통에 공감하고 환자와 질병을 창의적으로 대하는 것인데, 소설 창작이 이를 잘 키워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서 하버드대보다 더 들어가기 힘든 대학이 미네르바 스쿨이라고 이야기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으로 작가가 열거한 8가지 방법이 모두 적용되는 곳이 바로 미네르바 스쿨이다. 미네르바 스쿨은 한 예로 이야기한 것이다. 그 밖에 실리콘밸리의 상위 1%가 2008년에 구글과 NASA의 자금 지원을 받아 만든 대학 ‘싱귤래리티’ 대학교도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주인공이자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모터스와 민간 우주 탐사업체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이론 머스크가 실리콘밸리의 사립학교 교육으로는 인공지능 산업의 1인자, 즉 조만장자가 되는 법을 가르칠 수 없다며 자녀들을 실리콘밸리의 사립학교에서 모두 퇴학시킨 뒤 세운 폐쇄형 사립학교 ‘애드 아스트라’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를 기르는 교육방침과 닿아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럴 때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기능적인 것만 수행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질 수 없는 것,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키워서 변화하는 시대에 대체되지 않는 강력한 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러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한 한 문장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모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예수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그런 삶을 흉내조차 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