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를 읽고
나는 아트테크를 ‘자신에게 하는 최고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미술 작품은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시각화하여 이 시대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응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술 작품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주어진 삶을 더 잘 살아낼 힘을 얻을 수 있다. /에필로그 중
나는 그림을 보는 것이 너무 좋다. 유럽 여행가서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코톨드 미술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등을 돌아다니며 계속 그림을 감상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는 고흐이지만, 밀레, 다빈치, 고갱, 보티첼리, 모네, 마네, 세잔 등의 그림을 보며 내 안목으로 이 그림들을 다 즐길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감정, 마티에르, 배경이 마음에 와 닿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낯설음도 느껴졌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좋아하면서도 선뜻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였다. 왠지 미술은 고상한 사람들이나 즐기는 문화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으면서도 약간 반신반의했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나와 아트테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쓸데없이 관심분야만 확장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사실 다 읽고 나니 아트테크는 나에게 먼 일인 것 같긴 하다. 아직 그림에 수백만원~수천만원씩 쓸 여유자금이 있지 않고(물론 부동산 투자에 비해선 훨씬 소액이지만), 만약 거금을 들여서 그림을 구매한다고 해도 마땅히 보관할 장소도 없기 때문이다. 재테크도 안정적인 저축에만 의존하는 내가 아트테크라니! 호기심에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아트테크의 수익률이 어마어마하다고 해도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요시토모 나라의 비치타월 아트 상품은 2010년 12만원에 출시되어서 2019년 경매에 약 2,100만원에 낙찰되었다고 하니 꾸준히 공부하면 좋은 재테크가 될 만도 하다. 물론 감식안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책에서 아트테크의 다양한 방법 – 온오프라인 경매방법, 작품을 보는 심미안을 기르는 방법, 작품 보관방법, 위작을 피하는 방법, 세금정산방법 등–을 자신의 오랜 경험과 전문적인 지식을 총동원해 소개해준다. 이를 통해 세상에는 내가 잘 모르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순히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던 것을 넘어 작품을 구매하고 소유하고 투자를 통해 수익으로 연결하기도 하는 세계가 신기했다.
지금 당장은 그림은 사고 팔 순 없지만, 인사동이나 삼청동에 들르게 된다면 더 관심 갖고 갤러리에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국내 아트페어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 그러면서 점차 그림을 보는 안목이 생기게 될테니 말이다. 저자는 <월간미술>, <아트나우>, <미술평단>, <서울아트가이드> 등 여러 미술 잡지도 소개해준다. 작가의 단독화집 구매도 추천한다.
인터넷에서 유화 그림 키트를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아직 주문을 못하고 있다. 사실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색연필화를 꾸준히 그리고 나서 그림에 대한 애정도가 대폭 증가하였다. 이 책에 감사한 점이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은 내게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내 머릿속 창고 어딘가에 보관해두었다가 언젠가는 꺼내 쓸 참이다. 무엇보다 아트테크는 장기투자가 핵심이라고 하니 오래두고 천천히 음미하듯 공부할 생각이다.
미술 시장의 ‘거래 비용’은 매우 크다. 거래할 때마다 수수료가 발생하고 배송비, 보험료 등 부대비용도 높은 편이다. 거래 비용이 높은 시장에서 단기 투자로 돈을 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국 아트테크의 핵심은 ‘장기 투자’인 셈이다.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신중한 선택이 필수이다. <본문 181쪽>
얼마 전 영화 <우먼 인 골드>를 보았다.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기나긴 소송 끝에 1500억원의 수익을 남기고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환수한 마리아 알트만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면서 한 편 부럽기도 했다. 명작의 가치는 정말 어마하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나도 언젠가는 갖고 싶은 그림을 맘껏 사고 집에 걸어두며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두고두고 소장해두었다가 거액의 판매 수익금을 올리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아트테크는 참 매력적인 재테크 방법이다.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