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1년 전 교사생활 이야기

서툴지만 순수했던 첫 마음을 기억하며

by 루비


영화 <책상 서랍 속의 동화> 포스터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방송국 카메라를 향해 “장휘거, 돌아와.”를 외치던 13살 웨이 선생님.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가난한 동네의 학교에 대리 교사로 들어온 13살 소녀는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교사로 거듭나며 감동을 자아낸다. 영화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그렇게 잊고 있었던 나의 11년 전 기간제 교사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2009년 봄, 나는 기간제 교사로 첫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만 스물두 살 밖에 안 되던 그 땐 웨이 선생님처럼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설기만 했다. 나를 좋아하며 적극적으로 따르는 아이도 있는 반면, 말썽을 피우고 반항하고 힘들게 하는 아이도 있었다. 매일 밤 10시까지 남아서 교재연구를 하고 아이들 생활지도를 위해 힘썼지만 돌아온 결과는 행복하지 않았다. 동학년 선생님들의 배려와 사랑으로 버티고 버텼지만, 나는 결국 한 아이가 내 팔에 주먹을 휘두르고 교실이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하며 연구실로 가서 펑펑 울고야 말았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선배 교사의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내 잘못이 아닐까, 내가 무능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정말 아침 출근길이 너무나 고역이었다. 계약을 파기하고 도망치고 싶었다. 내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 매일 싸우는 아이들, 물건을 훔치는 아이들, 나에게 반항하는 아이들을 대한다는 게 너무나 진이 빠지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응원의 편지를 보내주는 아이들, 내 편이 되어 지지를 보내주는 아이들, 동학년 선생님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고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버티던 중, 나는 아이들에게 같은 반으로서 동지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미로 PPT화면을 하나 만들어서 보여주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OST를 넣어 만든 것으로 배 그림 위에 우리반 사진을 합친 애니메이션이었다. 화면을 보여주며 한 배를 탔다는 의미로 으쌰으쌰하자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우리반 선생님, 컴퓨터로 만든 건 정말 잘해!”라며 칭찬해주었다. 그 아이는 내 말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반항적인 아이였다.


그 때 느꼈다. 어쩌면 아이들이 내 말을 듣지 않는 건, 나를 믿지 못해서였구나 싶었다. 단순히 젊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려고 하기보다, 무엇보다 믿을 만한 든든한 선생님이 됐어야했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아이들한테 교사로서 해줄 수 있는 것들,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했는데, 나는 너무나도 부족한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한 점도 잘못이었다. 우리반에는 유난히 체격이 크고 어른스러운 여자아이가 있었다. 귀엽고 나를 잘 따르는 아이들에게는 말도 많이 걸고 다정하게 대했는데, 유독 그 아이에게만은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이면서 반 제자를 어려워한 것이다. 아마 그 아이는 모든 걸 느꼈나보다. 언제부턴가 나를 미워하는 게 느껴졌다.


토드 휘태커는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에서 ‘학생들은 등교 첫날 최상의 존경을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존경을 1년 내내 유지하는 것은 교사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고 정말 뜨끔했다. 반짝반짝하는 눈빛으로 내게 환호의 제스처를 취하던 아이들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프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점차 내 모습을 변화시켜 마지막 날에는 아이들의 칭찬에 힘입어 작별의 영상을 만들어 보여주고 데면데면 했던 체격 큰 아이를 포함해서 몇 몇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헤어졌다. 그리고 그 때의 제자들 중 몇 몇은 그 후에도 SNS로 소식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 당시 교실에 도벽이 있는 아이가 있어 돈이나 물건이 자주 없어지기도 했는데 의심받는 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끝까지 믿어주고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그래서인지 내게 풋사과처럼 설익은 말투로 “선생님 존경합니다.”라는 말까지 했었다. 몇 년이 지난 뒤 그 아이와 페이스북에서 연락이 닿았는데, 지금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한다.


함께 한복을 입고 예절교실 수업을 들었던 일, 경기도 이천으로 도자기 체험을 간 일, 온갖 재료를 준비해와 요리 수업을 함께 한 일, 햇살 좋은 날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마친 후 단체사진을 찍은 일,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극본을 가지고 연극수업을 한 일, 교실환경을 함께 꾸민 일, 학교 앞 패스트 푸드점에 가서 음식을 사먹은 일 등등 교과수업 외에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들이 정말 많다. (이 때 찍은 사진과 영상으로 만든 동영상도 있지만 아쉽게도 초상권 문제로 올리지는 못하겠다.)


부족하기만 했던 나를 만나서 한 학기동안 잘 따라주고 때론 내게 가르침을 주고 함께 성장했던 그 아이들이 보고 싶고 그립기도 하다. 그 때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그 뒤로는 아이들에게 수많은 감사의 인사를 받고,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교원평가 만점을 받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나는 부족한 교사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시간이 흘렀고 경험과 노하우가 생겼다.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 날 것 그대로의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교사의 무한한 사랑과 지혜, 노련함으로 바르게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 내가 교사로 살아가는 길이 앞으로도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루쉰의 “희망이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교사로 살아가는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고 싶다. 반항하는 아이들, 제멋대로인 아이들, 부적응 아이들을 모두 포함해서 그들의 앞날에 빛이 되는 선생님, 길잡이가 되고 싶다.


내 첫 교사 시작은 화려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았지만, 그 때를 자양분삼아 진정한 선생님으로 거듭나고 싶다.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용감하게 떠나 금의환향했던 영화 <책상서랍 속의 동화> 속 웨이 선생님처럼 나의 제자 한 명 한 명을 포기하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는 교사여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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