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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니 Jun 15. 2023

삶 (행복 2편)

실체

어쩌면 행복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이자 필수적인 것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이것이 희귀해진 나머지 인생의 목적지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행복의 정체를 받아들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듯이 행복을 자주 느낄 수 있다면 그다음 단계로 가치 있는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생의 여러 조건들 이를테면 돈, 건강, 종교, 학력, 지능, 성별, 나이 등을 다 고려해도 행복의 개인차 중 약 10%~15% 정도밖에 예측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10%와 관련된 이 조건들을 얻기 위해 인생 90%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평생을 살았던 쌍둥이의 유사성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행복지수 또한 비슷했다 행복은 타고난 기질이다 터키의 이스탄불에 있는 보스포루스 다리가 유럽과 아이아를 잇는 것처럼 유전과 행복을 잇는 것은 외향성이다



유난히 칭얼대는 아기도 있고 코를 눌러도 웃으며 쳐다보는 아기가 있다 사회적 경험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식물에 있어 광합성만큼 중요하다 외향적 사람이든 내향적 사람이든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은 똑같은 사람들이 즐겁게 모여 있는 정상이다 차이점은 가방의 무게다 내향적인 사람은 무게가 주는 스트레스와 두려움 때문에 중턱쯤에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뇌는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 설계되었다 인간은 뺏속까지 사회적이다 인공위성 힉스입자도 인간이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똑똑해진 뇌에서 나온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뇌의 원래 용도는 앤 애를 하고 친구와 사귀는 것이다



돈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다 그래서 자극을 음미하는 능력인 음식과 사람에 대한 관심도나 도움을 요청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행복한 사람들은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행복은 자격증이 아니고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닌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다 사랑보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그의 행복도는 낮다 돈의 존재가치가 커지는 만큼 사람의 존재감은 작아진다 행복을 위해 번 돈은 사람과 멀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자살하는 연예계 스타들을 보면 성공이란 것들의 배후에는 많은 경우 오로지 하나의 의지, 즉 가장 높은 다이빙대에 올라가서 장려하게 추락하려는 의지가 있을 뿐이다 멋진 승리보다 가장 멋진 패배를 거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행복은 생존을 위해 곧 초기화 돼버린다 그래서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작은 선물, 작은 변화, 작은 시도, 서서히 나아짐이 행복한 삶의 팁이다



우리는 새로운 만남이 주는 즐거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오래된 연인과의 데이트를 택하지만 실제 경험을 측정하면 낯선 이성과 식사한 후의 즐거움이 더 크다 어쩌면 과거의 인연을 자꾸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인연이 필요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결혼했을 때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어 행복도 함께 줄어든 것일지도 모른다 경험에 비해 물질에서 얻는 즐거움은 더 빨리 적응되어 사라지고 타인과의 상대적 비교를 더 자주 하게 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이것이 행복의 근본이다 관계에서 오는 행복이 우리에게 충만감을 준다



가치 있는 삶은 좋은과 정신의 합성어인 유데모니아와 일맥상통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심은 행복한 삶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이었다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삶의 선택과 관심이 달라진다 가치 있는 삶 안에 행복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행복하려면 행복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을 담을 수 있으려면 행복 넘어 있는 것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가치 있는 삶이란 모두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한다면 비교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삶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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