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나
“아.. 안녕하세요~ 저 전화드렸는데, 책 쓰기 수업 등록 하려고 왔는데요.”
“네~ 안녕하세요. 저희 교육비는 300만 원입니다. 부가세는 별도고요.”
“아~ 그럼 330인 거네요?”
“네 맞아요. 총금액은 330만이에요. 카드 결제 하시나요?”
“(카드를 건네며) 여기요.”
9년 전, 교대역 부근 5층 건물의 위치만 확인하고 무작정 찾아갔다.
사무실에서 마주한 직원과의 대화는 간결했고 결제도 재빨랐다.
마지막 수업날 동기들과 교대곱창에서 저녁을 먹고 어김없이 생크림 케이크를 꺼내 들었다.
초는 숫자 ‘17’을 준비했는데 당시 우리 기수는 17기로 모였기 때문이다.
함께 초를 붙이고 노래하는 순간에는 아끼던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기억만 선명하다.
매주 동기들과 상업적인 출판계의 이야기를 듣고 지루한 기계식의 수업이 이어졌다.
경험 비용으로 330만 원이나 지불된 셈이다.
퇴근 후 곧장 교대역으로 달려가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자정이 넘는 시간이었다.
일도 하며 공부를 한 2인분의 삶을 살아 낸 20대, ‘열쩡O’(전남친이 지어줌)으로 불리던 시절이다.
오히려 몸의 세포가 다 깨어 나는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자주 깨어 있었고 밤은 길었다.
공들여 쌓은 시간과 그때의 경험 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종종 생각한다.
꾸준하게 자판을 두드려도 닿을 듯 말 듯인데,
심심하면 이따금 몇 글자 끄적이는 태도가 글에 대한 큰 실례를 범한 것 같아 자동으로 머리가 숙어진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쓰는 사람’으로 글을 낳고 싶다고 말한다.
30대를 앞둔 그때의 나는 무엇이 말하고 싶었을까, 어떤 생각을 전하고 싶었을까 떠올려봐도 그때의 기억이 휘발되고 없다. 이미 가늘어진 기억은 휴대전화 속 메시지와 기록을 찾아봐야 어렴풋한 정도다.
마흔을 앞두고 뒤집어 생각해 봐도 ‘여전히 무엇을 원하는지(명확하게) 잘 모르겠다’는 말이 튀어나오는 게 조금은 우습다. 대신 몇 가지 단어만 혀끝에 채워진다.
사랑, 자유, 산, 책, 자연, 나무, 산책,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각종 이야기
이렇게 좋아하는 단어들은 자주 떠올리며 가까이 두려 한다. 명확하게 나를 알아 가기 위한 훈련이다.
내가 만든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들에게 ‘언제 가장 행복해요?’라는 다정한 질문을 건네고 싶다.
풀 내음이 나는 말을 하며 살고 싶다.
‘왜 인간은 이토록 말하지 못해 안달일까’라는 생각을 품은 채 여전히 딴생각을 하는 엉뚱한 내가 좋다.
직장 생활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으나 오늘도 도망가고 싶다.
‘쌓이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써본다.
도망자가 쓴 글을 나눈다.
그 안에는 살아가게 하는 단순한 기쁨과 직접 만난 기분의 색깔이 녹아있다.
오늘도 그냥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