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좀 써보자. 쫌

보통의 시작점 “어쩌다가”

by 따정
숨어버린 장미. 가열차게 써보시오.

2주 전 좋은 기회로 출판인을 마주했다. S의 이야기는 내가 챙겨 온 손바닥만 한 노트의 6쪽을 금세 가득 채웠다. 아직도 명징하게 기억나는 첫 문장 “어쩌다가 시작을 하게 됐어요.”

오! 이번 역시 계획된 전략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어쩌다가로 시작되나 하는 생각에 귓구멍이 두 배는 더 커졌다. 촘촘한 계획보다 의도하지 않은 기이한 경우에는 이상하게 마음이 빠르게 열린다.

아무래도 피어나는 질투심 때문일까?(계획= 범점할 수 없는 영역, 게으른 완벽주의에 무계획인 나로서는 계획형 인간을 동경만 한다.)


사실 별로 생각 없이, 되게 자연스럽게 시작하여 지금의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책과 글에 대한 애정이 있는 글 친구들과 S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쉽게 빠져 들었고, 그가 겪은 이야기는 KBS「인간극장」만큼 흥미로웠다.


[관찰력, 인간에 대한 공감력, 괴롭지 않은 건 없다는 믿음, 진짜 중요한 건 꾸준함]

창작자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필수값이라 늘 생각했는데 출판인의 목소리로 들으니 더 와닿았다. 6쪽을 가득 채운 문장들 중 중요한 요소를 노랑 형광펜과 함께 뽑아냈다. 노랑줄이 새겨진 단어만 따라 읽어보니 S를 향한 무한 긍정의 이유를 알겠다. 생각의 지점들이 포개어지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기꺼이 시간을 주고 싶다. 계속 듣고 싶다.


“저는 그냥 이렇게 살면 될 것 같아요. “라고 뱉은 덤덤한 말속에서 뚝심이 느껴졌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고민을 낳았을까 생각하며 닮고 싶었다.



몇 년째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이제는 다짐하며 메모장에 끄적이는 것조차 화가 난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움직이지 않는 나 자신에게. 욕심만 부리는 꼴이 보기 싫다. 3년 전 공복 운동과 새벽 수영을 병행하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그때 나의 의지력을 다 끌어다 썼을지도)


연말에 시행하는 회사 업적/역량 평가처럼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한 기한과 벼랑 끝의 장치가 필요하다. 절실한 마음으로 꾸준하게 좀 써보자. 엉덩이는 무겁게, 노트북은 가볍게 열 수 있는 지혜가 매일 함께하길 바란다. 12월에도 똑같은 한심을 겪게 된다면 그땐 정말(S가 했던 말 인용) 완전히 무리데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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