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올드 이어
벌써 올해 쓰는 마지막 글이다.
사실 이렇게 어필할 만큼 그렇게 많이 쓰지도 않아서 좀 머쓱하다.
예전에는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순환이 좋았다.
지금까지 해온 노력에 대한 만족감과 앞으로의 결실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감정.
한 해가 끝나는 특유의 무드에서 오는 고양감이 있었다.
열아홉 살에서 스무 살로 넘어가던 해가 유독 그랬던 것 같다.
남들처럼 이마에 주민등록증을 붙이고
주량 신고식을 하러 가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가족들과 멍하니 티브이를 보다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
이제 어른이 됐다는 생각에 잠도 안 왔다.
어른이 된 나는 어떤 걸 하고 있을까.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새롭게 바뀌어야지.
게으른 나와는 작별을 약속하며 간신히 잠에 들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해가 바뀌는 것에 더 이상 감흥이 없고
여전히 게으르며 아직 대학교 졸업도 못 한 어른이 됐다.
그때의 내가 아직 잠에서 못 깼나 싶을 정도다.
나이를 먹는 것도 실감이 안 난다.
어느 순간부터 내 나이를 생생하게 기억 못 하게 됐다.
"몇 살입니다." 보다 "몇 년생입니다." 로 소개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했다.
심지어 이번 코로나로 2 년은 잃어버린 기분이라 이제 한국에도 만 나이를 공식적으로 채택해 우리들에게 2 년을 돌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도 든다.
이제 내 연말 정산을 해보기로 했다.
올해의 나는 과연 어땠나.
부던히도 노력했고 다양하게도 활동했다.
가게 월세를 벌기 위해 가게를 닫고 일을 했다.
좋아하는 취미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니 지칠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꿈과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해 애썼다.
피아노도 쳐보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손아귀에서 한 움큼 빠져나간 듯 하면서도 한 해 동안 얻은 작은 결실들이 온전히 내 손 안에 남아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자 한다.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더 좋듯이
내년 한 해는 올해 한 해보다 모두에게 더 좋은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