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라의 부름을 받고 공군으로 떠난 송군이 돌아왔다.
11월 말에 떠난 후 2주 간의 자가격리, 4주 간의 훈련소, 그리고 직업 학교의 과정을 거쳐 자대 배치를 받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랜선 친구로 귀환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친구와 모집단으로 있는 단톡방에서 카톡이 100여 개 넘게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그가 돌아온 것을 직감했다.
내 친구 송군은 준수한 외모에 한계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는 인격자다. 하지만 내 친구 답게 굴곡진 녀석이다. 고등학교 시절 펜을 꺾고 붓을 쥔 그는 몇 년간 속세와 단절된 삶을 살며 폐관수련을 거쳤다. 처음에는 그를 걱정했으나 이내 진짜로 걱정해야 할 건 나 자신이란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응원만 했다. 그리고 그는 속세의 모든 번뇌를 잠시 미뤄두고 공군이 됐다.
송군은 블로그에서 자신을 사회적 혼수상태라 표현하고 지금의 생활을 투병에 비유했다. 이러한 비유를 가감없이 쓰는 점이 참 좋다. 그리고 그는 투병 생활이 끝나기 전까지 학습하고 고민하며 더 성장한 후 기적적으로 회복돼 돌아올 것이다.
나와 송군의 올해의 1년은 시간의 밀도와 속도가 다를 수는 있어도 그 방향성은 비슷할 것이다. 더 좋은 날을 위해 버티는 것. 그게 오늘도 사람 없이 텅 빈 가게에 앉아 유튜브로 튼 재즈 음악에 의존하며 활자 조합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결심한 지 얼마 채 되지 않았음에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이전과는 다른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오늘도 쓴다. 그렇게 쓰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