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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r 24. 2016

꽃과 함께 하였다.

이기적인 남자 이기적인 여자

가는길에 한송이 꽃이 있었다.

그 향이 깊고 짙어 손을 빌어 꽃을 탐했다.

이윽고 그 꽃을 취해 손안에 두고보니

곧 말라 죽어 버렸다.


이듬해


그 꽃을 잊지 못해 다시 길을 나섰다.

혹여 말라죽을까 땅을 들어 내 곁에 묻었다.

다시한번 얻었고 곁에 두리라 마음채워 내었다.


내 시간을 할애하고 내 정성을 들여 물을 기르고

토양을 비옥하게 퇴비도 주었다.


꽃은 살던 터와는 다른 환경에  

취할듯한 그 향은 그만 퇴색되어 제 모습을 잃었다.

달라짐을 노여워해 이를 분개하여

그 꽃을 비틀어 길에 내동댕이 쳐대고 다시는

꽃에 마음주지 않겠노라 일갈하였다.


수년 뒤.


길가던 앞에 기억에 남던 그 향을 맡았다.

내동댕이친 그 길목 한켠 멀지않은 곳에


꽃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서려다 멈칫한 발걸음..

꽤 많은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하였다.

다시 이듬해


꽃의 곁에 나의 집을 지어내어

발치 끝에서 그 꽃을 가만히 지켜내었다.


언제고 겨울지나 봄이 도래할때

꽃을 또 볼 수 있겠지 하며

향을 기억하고 모양을 추억하다

꽃이 오면 기뻐하며 맞이 하였고


다시 한해 또 한해


그 꽃의 곁에


그렇게


꽃과 함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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