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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훈 Feb 28. 2022

을지로 힙스터들의 따스한 쉼터, 카페 오브렛

을지로 햇살 맛집


 요즘 인테리어 소품이나 조명을 사려면 일단 이케아와 오늘의 집부터 찾아가 보곤 하지만, 이케아, 오늘의 집이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기도 전, 조명 쇼핑의 메카이자 '설계도만 주면 탱크도 만든다.'는 공구 종가라 불렸던 동네가 있다. 종로와 청계천로, 퇴계로와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업무지구인 이 동네는 그 이름부터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성을 따서 만든 을지로이다. 필자에게 을지로는 많이 개발되지 않은, 그저 그런 옛 감성의 동네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청년 예술가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모던한 느낌의 갤러리나 음식점들이 SNS상에 공유되면서 나름대로 힙스터들이 많이 방문하는 동네 일명 힙지로가 되었다. 이런 을지로의 흐름에 부유하듯 떠올라 결을 함께 하는 이곳은 복합 문화공간으로써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카페 오브렛이다.


쪼꼬미 입간판
중간에 이 작은 간판을 발견했다면 잘 맞게 온 것이다. 왼쪽 문을 열고 한 층 더 올라가자.


 을지로3가역 2번 출구로 나온 뒤 코너를 돌면 딱히 도착을 알릴 만한 힌트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작은 입간판을 발견하면 입구를 찾을 수 있지만, 조금만 딴생각을 하면 지나칠 수도 있을 만큼 입간판이 작은 탓에 초행길이라면 조금 집중해서 살펴야 하겠다. 입구를 잘 찾았다면 이제 4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좁은 계단을 3층까지 올라간 다음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 한 층을 더 올라가면 된다. 공간을 채우는 대낮의 환한 볕과 함께 코끝을 자극하는 커피향이 먼저 방문객을 맞이해 오브렛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꽤 괜찮은 무드의 소리를 내주었던 빈티지한 턴테이블과 오디오 셋
자리는 넉넉한 편이라 취향껏 자리를 찾아 앉으면 된다.


O'brett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Object와 Brett의 합성어이다. 소통하는 장, 작업자들의 만남의 장이자 아티스트들의 무대이며 이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정체성으로 가득 담았다. 이따금 괜찮은 뮤지션들과 함께 공간을 풍요롭게 만드는가 하면, 대관을 통해 촬영 장소로써 멋지게 이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오브렛은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며 즐거운 일들을 만드는 데 애쓰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턴테이블은 빈티지 오디오 세트와 함께 빠르지 않은 속도의 음악을 틀어두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잘나오는 자리1
사진 잘 나오는 자리2. *늘 말하지만 사진에서 중요한 건 언제나 모델이었다.


 햇살이 포근히 들어오는 이 공간은 사진 찍고 찍히기 좋은 명당이 있다. 어디에서나 잘만 찍으면 문제 없지만, 굳이 따져 선정하자면 두 자리 정도. 위의 1번 사진에서 보이는 자리는 큰 창을 통해 많은 빛을 받을 수 있어 사진 찍기에 용이하고, 머리 위에 보이는 붉은 오브렛의 로고는 사진을 찍힐 때 심심하지 않도록 포인트가 되어준다. 사진 속 저 커플도 그걸 알고 저 자리에 앉은 듯 한참 동안 사진 삼매경에 빠졌었다. 또 다른 사진 명당 또한 일맥상통인데 2번 사진처럼 구석의 푸른 소파와 거울이 있는 자리다. 거울을 통해 친숙한 투 샷을 찍을 수도 있고, 소파에 앉아 옆의 나무가 만들어주는 생기를 그득히 더해 느낌 있는 힙스터처럼 찍을 수도 있다. 아니면 필자처럼 구석에 혼자 찌그러져 커피나 홀짝 마시든지..


필자는 귀여운 것들에 진심인 편. 영앤도터스도 그래서인지 마음이 더 간다.


 메뉴는 커피와 논커피로 무난하게 준비되어 있지만, 브런치 세트를 주문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커피와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커피는 필자가 저번 카페투어에서 소개한 적도 있는 애정하는 로스터리인 영앤도터스의 나탈리 블렌드를 사용한다. 화사하면서도 부드러웠던 커피는 자극적이지 않았던 샌드위치와 꽤 잘 어울리는 듯했다. 최근 오브렛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써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패브릭 포스터와 앞치마를 공개했는데, 오브렛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직접 그려 제작한 제품들을 보니 앞으로 어떤 디자인의 아이템이 나올지 기대된다.


구석에 찌그려져있던 필자의 옆은 빵을 굽는 공간이어서 빵내음을 취하도록 맡았다.
햇살 맛집을 찾는다면 오브렛 추천.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브런치와 커피를 마시며 창밖의 을지로 대로를 보고 있노라면 바쁜 세상과 동떨어진 작고 조용한 마을에 스며든 느낌마저 든다. 작은 마을에서 한가로이 쉬는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복합 문화공간으로써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재미난 경험까지 넉넉히 챙겨둔 오브렛은 이제 막 을지로를 방문하게 된 많은 방문객에게 친숙한 정겨움을 선물한다. 힙지로에서 식사를 즐기고 온 상태라면 커피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을 누릴 수 있으니 날이 좋은 요즘 을지로 오브렛에 방문해 그만의 따사로움에 푹 녹아들어 보시길.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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