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 3시, 배고파 칭얼거리는 너에게 분유를 먹이며 낮에 본 뉴스가 다시 생각났다. 오물오물 움직이는 입술과 턱, 다시 잠들 듯 가물가물 느리게 움직이는 눈꺼풀을 보며 왜 하필 그 뉴스가 다시 떠오른 걸까. 같이 뉴스를 시청하던 엄마는 낮은 목소리로 짧은 욕설을 내뱉었다. 뉴스를 보지 말걸 후회했다. 다른 채널에서는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을 하고 있었을 텐데 왜 하필 그 뉴스를 봤을까 후회했다.
배부르게 먹고 잠이 든 너의 얼굴을 보니 문득 이 험한 세상에 너를 데려온 것이 잘한 일일까 걱정과 불안으로 속이 일렁여 잠이 오지 않는다. 무서운 세상, 끔찍한 사고와 사건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이렇게 작고 여린 너를 데리고 오다니.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해 너를 이 세상에 초대한 건 아닐까.
오늘 낮에 엎드려 오뚝이를 보던 너의 모습을 다시 한번 영상으로 재생해 본다. 작고 동그란 머리,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손가락, 날 닮은 눈매와 너의 아빠와 꼭 닮은 귀. 자고 있는 너의 옆에서 나는 또 네가 보고 싶어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본다. 나는 1분도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영상을 볼 때마다 너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낸다.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너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근육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나는 또 행복하다. 내일 눈을 뜨자마자 내가 발견한 새로운 너의 모습을 널리 널리 소문내야지. 네 이야기로 가득한 가족 단톡방과 SNS가 또 업데이트될 거야. 나는 이렇게 너로 인해 행복한데, 너는 어떨까. 네가 마주할 세상이 마음에 들까? 혹 어느 순간에는 나를 원망하게 될까?
네가 태어나기 전, 별별 사건 사고들을 보고 들을 때면 안타깝고 슬펐다. 진심으로 슬퍼한 뒤에는 나의 생활로 돌아갔다. 슬픔을 멈출 수 있었다. 지금 너를 품에 안고 듣는 이야기들은 가슴을 후벼 파고 심장에 불을 지른다. 우리에게, 너에게 뉴스에서 들려오는 사건과 사고가 찾아올까 잠도 오지 않는다. 살면서 무서운 일이 별로 없었는데 너를 안고, 나는 겁쟁이가 되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위험하고 두렵게 느껴진다.
처음으로 내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를 위해 나는 강해져야겠다. 이 세상에 너를 데려온 나는, 너를 지켜야 하니까. 너를 위해 나는 부지런해져야겠다. 네가 만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너를 위해 나는 오지랖을 부려야겠다. 너와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갈 사람들은 더 이상 남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