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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by 흐르는 물처럼

명절이 지나 하얀 눈이 그치고 녹았다. 강풍에 격렬하게 춤을 추었다. 사뿐히 내려앉아 긴 호흡으로 이완했다. 한 평도 채 안 된 텃밭에 작은 배추 세 개와 군데군데 모여 있는 어린 시금치가 보였다.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잠든 아이처럼 편안해 보였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금치를 캤다. 딱 한 끼 먹을 만큼만. 멸치 액젓으로 간을 했다. 고춧가루, 참기름과 검은깨를 넣고 조물조물 시금치 김치를 만들었다. 설탕을 넣지 않았는데도 달달한 맛이다. 눈이 쌓이다 녹다 수분이 시금치에 스며들어 천연양념 맛을 냈다. 건강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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