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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싹을 틔우다.

by 흐르는 물처럼

시금치씨를 뿌렸던 그때 우리는 물맞이 공원으로 산책하러 갔다. 여러 가지 꽃들이 보였다. 산책로를 걸었다. 야트막한 산 초입에 짧지만, 황톳길이 있었다. 늦가을인데도 수국꽃이 피어있다. 정원에는 우리뿐이었다. 남편은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더니 내게 망을 보게 했다. 앙상한 수국 가지를 잽싸게 꺾어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배추밭에 수확하고 나뒹구는 작은 배추조차도 줍지 못하게 했던 젊은 시절 그 남자는 아니었다.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분리수거함에서 스티로폼을 가지고 와 요리조리 재단하더니 물컵 위에 올려놓는다. 열한 개 구멍을 뚫고 목수국 가지를 꽂았다. 뿌리 내리는 것을 보겠다고 투명한 화병에 물을 담아 물꽂이를 해두었다. 보름이 지나자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연한 새순이 뾰족뾰족 솟아나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한 달이 지나자 겹겹이 잎 싹이 나왔다. 남편은 물꽂이에서 화분으로 옮겨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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