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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공 Jul 31. 2020

종술이와 부월이

윤흥길 <완장>

 한국문학을 시기별로 구분한다면 일반적으로 10년 단위로 구분한다. 1950년대 6.25전쟁 직후의 전후문학에서 시작하여 굵직한 정치·역사적인 사건과 더불어 10년 주기로 구분할 수 있는 한국문학. 짧은 기간에 분단, 독재, 민주화, 산업화라는 네 개의 큰 산을 넘어온 우리 역사는 당시 지식인에게 사회와 삶에 대해 남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195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한국문학을 읽다 보면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고 사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순간이 빈번히 찾아 온다. 


윤흥길, <완장>, 현대문학


    

 윤흥길의 <완장>은 나이가 차도록 밥값을 못하는 임종술에게 저수지 감시원이라는 직책이 부여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괄괄하고 드센 성미를 가진 종술에게 주어진 권력의 표상 완장. 진짜 권력은 겉으로 드러나는 완장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배후에 말없이 존재하는 것임에도 완장을 찼다는 이유로 그는 본인이 권력 자체가 된 마냥 거들먹거린다. 하지만 겉으로는 호전적인 종술이지만 내면에는 이웃에 대한 은근한 정과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다.

     

 종술이가 사랑하는 여자 부월이. 그녀는 술집에서 술을 파는 여자이다. 박한 자신의 팔자에 체념하고 사는 그녀는 술집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생을 마감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가지고 산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은 종술이 앞에서 흔들린다. 종술이 앞에서는 어쩐지 자꾸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월이는 종술이를 만남으로써 새로운 삶을 다짐하게 되고, 종술이는 부월이를 만남으로써 완장이 주는 권력의 허상에서 탈피하게 되는데, 두 사람의 서사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변화들이 진하게 배어있다.

     

 ‘사람은 변하지 않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상황과 사람에 의해 얼마든지 다채로워질 수 있는 개인을 저런 원색적인 비난에 가둘 수 있는 것일지.

     

 그런 의미에서 소설 <완장>은 권력의 부정한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평면으로 일원화 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한 묘사와 비유로 표현해 낸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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