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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공 Sep 11. 2020

[서평]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공간과 건축, 그리고 도시 이야기

  이 책은 역사, 철학, 사회, 문화 등 인문학적 시선에서 공간과 건축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우리는 광활한 공간에서는 아이러니하게 공간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곳에 나무가 자라고, 언덕이 생기고, 건축물이 지어지면, 다시 말해 장애물이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공간을 인식한다.

유현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을유문화사

  이야기는 우리가 공간을 인지하는 원리에서 시작하여 공간을 형성하는 건축물로 옮겨간다. 나아가 공간과 건축물로 구성된 도시 이야기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렇게 인간의 삶까지 확장된 이야기는 다시 건축과 공간의 이야기로 순환한다. 공간-건축-도시-인간. 네 가지 요소의 끊임없는 순환과 뒤섞임은 작가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인간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유현준 작가에 의하면 도시는 유기체다. 도시에 인간의 삶이 녹아들면, 도시는 디자이너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인간의 삶에 깃들어 있는 문화, 사회, 자연, 사상이 도시와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지역과 민족에 따라 도시는 다른 특색을 가진다.

     

  도시와 건축에 숨겨진 이야기를 작가는 해박한 배경 지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전공자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건축의 장벽을 허무는 지성의 힘이다. 역사적 사건과 자연 기후, 사회와 문화를 건축의 실타래에 꿰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공간과 권력, 종교와 건축, 벽과 기둥 등 건축적 주제를 폭넓은 분야로 끌어와 설명한다. 인문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가 만나 펼쳐지는 통합적 사고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는 단순한 분석 차원에서 멈추지 않는다. 작가는 현재를 말하면서 미래를 놓지 않는다. 책 곳곳에는 건축가로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도시의 모습과 건축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담겨있다. 더불어 한국의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주의 깊게 읽어볼 만하다.     


  책에는 주요 대목마다 독자의 이해를 돕는 사진과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 건축이라는 주제가 생소해서 접근에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도 재밌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끔, 독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책이다.

      

  좋은 책은 읽고 난 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트이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일상을 감싸고 있는 공간과 건축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나를 둘러싼 공간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한다. 책을 읽고 나면 매번 다니던 길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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