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의 학업중단(유예)을 막기 위한 방안
자퇴·유예 등 학업중단 의사를 밝힌 학생이나, 담임·상담교사의 관찰을 통해 학업중단 위기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학업중단 숙려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학업중단 위기 학생에게 일정기간(최소 1주∼최대 7주)의 숙려 기회를 부여하고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학업중단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벌써 5년 전, 이 맘때 일입니다. 10월 어느 날 관내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중학교 2학년 학생 한 명이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완전통합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어 우리 학교로 오게 되었고 이름은 영진(가명)이었습니다.
보통 전학을 가는 경우는 먼 지역으로 집이 이사를 가는 경우인데 가까운 학교에서 오는 거라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습니다.
알아보니까 영진이는 학교 부적응으로 계속 결석을 하다가 학교를 바꾸면 다시 다닐까 싶어 어머님이 전학을 오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비장애학생들과도 어울리지 않으려고 해 전학 오기 전 어머님이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하셨고, 그 결과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이 되면서 우리 학교로 배치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로 온 영진이는 며칠이 지나도록 계속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담임선생님께 물어보니 이제 며칠만 더 빠지면 유예가 된다고 했습니다. 출석일수의 1/3이상 빠지면 유예가 되는데, 전학 오기 전부터 결석 일수가 상당하여 빠질 수 있는 기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여러 번 전화하여 학교에 와야 한다고 설득하였지만 영진이는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전화해서 어머님께 물어보니, 지수의 가정 환경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안 계시고 어머님, 형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고등학생인 형도 이미 학교를 다니지 않아 유예가 된 상태였습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는 친한 친구들도 없고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었는데 하루 이틀 학교에 빠지다 보니 집에서 게임을 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 게임에 빠져 매일 매일 게임만 하는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미 다 커버린 아이들을 어머님이 혼자 통제할 힘도 없었고 어머님의 말을 듣지 않는 형과 영진이는 반항하며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영진이는 외부와 차단된 채 매일매일 게임만 하며 혼자 노는 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업중단 숙려제도’라는 것이 있어서 영진이가 일주일에 한번만 학교 나와서 상담교사랑 상담만해도 출석으로 인정해 주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영진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이 아무리 가라고 해도 영진이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영진이의 유예를 막기 위해서는 뭐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유예 날짜가 임박하자 전 일주일에 한 번씩 일과시간 이후에 가정방문을 두 번 나갔습니다.
특수교육에 순회교사 제도가 있는 것처럼, 공식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라도 순회교사 역할을 함으로써 출석한 것으로 인정받고자 했습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치료지원이나 순회교사 지원 서비스가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그래도 유예만큼은 막아보고자 2주에 거쳐 일과시간 이후에 가정 방문상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교감선생님은 이러한 활동이 법적 근거도 없고 제가 출장 결재를 달고 나간 것도 아니어서 출석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퇴근 후에 간 거라서 결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형식과 격식을 중요시하는 학교에서는 아무런 근거가 남아있지 않다고 방문교육을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실제로 갔는지 안 갔는지는 어머님과 통화해보면 되지 않느냐고도 항의해 보았지만 교감선생님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는 사이 영진이의 유예 신청 결재가 올라갔습니다.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육지원청 교육장님께 메신저를 보냈습니다.
“10월 말에 본교로 전학 온 영진이는 정서적 불안정으로 인해 학교에 계속 등교하지 않아 출석일수 미달로 결국 담임선생님이 유예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정방문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면담을 하고 꾸준한 설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진이는 마음의 상처가 깊어 학교오기를 꺼려하였습니다. 하지만 유예가 얼마 안 남은 관계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급한 마음에 제가 결재를 올리고 가정방문 나간 것은 아니지만 일단 출석에 관한 근거로 삼고자 순회교사처럼 지원을 나갔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제가 정식 순회교사도 아니고, 출장 결재를 올리고 나간 것도 아니라고 하여 영진이는 결국 유예가 되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교육장님께서는 담당 장학사를 불러서 이를 말씀하시고 위의 내용을 검토하여 회신할 수 있게 한다고 하셨고, 그 후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도 제가 그동안 순회교사 역할을 한 것을 인정해 줄 수 있다고 하며, 이제라도 개별화교육계획(IEP)을 작성하여 IEP 협의록에 관한 내부결재를 득하면 출석으로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교감선생님이 장학사님과 통화하시고 제게 오시더니 “장학사님과 협의가 됐는데, 제가 교육나갔다는 아무 근거가 없으니 결석처리 할 수밖에 없다.”라고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그 전날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연락받은 내용이랑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교감선생님과 통화한 장학사님은 교감선생님의 설득으로 그 전날 결정된 내용을 뒤집은 것이었습니다.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시면 적어도 아이들의 교육권을 위해 학교 관리자 편이 아닌 학생 편이 되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가정방문을 나갔지만, 얼마든지 순회교사 규정을 준용하여 출석으로 인정을 해 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장학사님은 영진이의 유예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것을 알았음에도 제가 방문한 것이라도 교육한 것으로 인정해 줄 수 있게 관리자를 설득해 볼 생각은 안 하시고, 관리자 생각과 똑같이 무조건 규정에 따라 결석처리하고 유예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는 것 자체가 특수교육을 담당하시는 장학사가 맞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교육청에도 민원을 넣어보았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영진이의 유예 처리는 승인이 되었고 유예는 결정되었습니다. 영진이는 유예가 되든 말든 별 상관이 없는 듯 보였지만, 어머님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님의 눈물이 제게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때 일을 겪으며 학교 부적응으로 인해 등교를 거부하는 특수교육대상자에게는 그 학생이 거주하는 가정이나 시설에 방문하여 상담 및 교육하는 것도 출석으로 인정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여러가지 내/외적 문제로 인해 학교 오기를 꺼려하는 특수교육대상자에게는 그 학생이 처한 심리적 상황을 감안하여 그 학생이 거주하는 가정이나 시설에 방문하여 상담 및 교육하는 것도 일정 기간 동안은 출석으로 인정해 줄 수 있도록 하여 학업 유예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시・도교육청 마다 조금 다른 점도 있겠지만 현재의 학업중단 숙려제도는 무조건 해당 학생이 학교나 기관에 한번은 와야 하고 한번이라도 오지 않을 경우에는 계속 결석 처리를 하게 됩니다. 이것은 학업중단 숙려제도가 주로 가정폭력으로 인해 학교를 오지 못하는, 또는 오기 싫어하는 학생의 경우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폭력을 겪은 아이들은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적극적인 상담을 받으려고 하고 학교나 전문기관에 와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오기 싫어하는 이유가 꼭 가정폭력에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진이 경우처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학교 가기가 점점 싫어져서 안 오는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기 때문에 단순히 출석을 인정받기 위해 학교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또 스스로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학교에 오기 싫어하는 여러 가지 경우들을 상정해서 먼저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비장애학생들과는 다르게 우리 학생들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적용받으므로 이 법에 규정된 순회교사 제도를 준용하면 얼마든지 특수교사가 방문교육하는 것도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융통성을 발휘하면 학교부적응으로 인해 학교에 오지 않으려는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지기 싫다는 이유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관료주의적 행정과 무사안일주의가 낳은 폐해입니다.
제가 특수교사에게 언제까지나 계속 순회교사 역할을 부여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 기간 동안만(대략 3-4주)이라도 순회교사 역할을 부여하여 주1회 방문도 출석으로 인정하게 해 준다면, 아이의 내적 상처가 치유되고 다시 충분히 학교에 나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교육당국은 ‘장기적으로 무엇을 하겠다.’ 이런 정책보다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먼저 융통성있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영진이가 유예되었다고 그때 한 번의 유예로 그치고 말았을까요? 부정적인 미래를 그리긴 싫었지만 이대로 퇴학이나 자퇴할 확률이 높았을 것입니다. 이미 어머님의 통제를 벗어났고 누구 한 명 중심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그때 유예가 안 되었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심리치료나 상담을 받지 않았다면 또 유예될 확률이 높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때 내가 신경을 좀 더 썼더라면 유예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제 마음 한 켠에는 아직도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