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설립 갈등 해결 방안1
1990년대 이후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화되고 지역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가치 인식이 제고되면서, 각종 공공 혐오시설들의 입지에 대한 주민 반대운동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지난 2002년 특수학교인 경운학교가 개교한 이래 무려 17년 동안 특수학교가 신설되지 않고 있다가 지난 2019년 9월에야 나래학교가 개교하였습니다.
현재 서울시내 특수학교는 총 31개인데 25개 자치구 중 8곳(양천·금천·영등포·용산·중구·성동·동대문·중랑)에는 여전히 특수학교가 하나도 없습니다.
2013년부터 대전, 강원, 전북, 충남, 제주 등 5개 시·도에서는 공립 초·중·고 특수학교가 한 곳도 신설되지 않은 채 특수 학급만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수학교 신설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반대 때문입니다.
요 몇 년 사이 특수학교 설립 반대 운동이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 인근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특수학교 신설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서울 강서구에서 제발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장애학생 어머님들이 무릎까지 꿇은 일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해 가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였지만 주민들 반대로 파행을 겪었고, 급기야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는 사태까지 발생하여 큰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습니다.
서진학교는 예정된 개교 시기를 한참 넘겨 2020년 3월에야 개교를 하였습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특수학교의 입지에 대하여 쾌적한 주거환경(환경권)의 침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부동산 가격의 하락(재산권 침해), 정책결정의 불투명성 등의 이유로 반대합니다.
이것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특수학교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러나 특수학교는 명백히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과 편익을 위해 꼭 필요한 필수적인 시설로서, 반드시 어느 곳에는 입지해야만 합니다.
교육부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고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정책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특수학교 인접지역의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 변화율이 비인접지역의 변화율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특수학교 입지로 인해 인근 부동산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 인근에서 주민 설명회가 있을 때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음에도, 주민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여전히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교육부의 연구 결과를 여전히 신뢰하지 않고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동네 분위기를 망친다, 장애학생의 돌발행동이 우려된다.’며 “우리 동네는 안 돼”라는 식의 지속적인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이러한 교육부의 연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특수학교 설립 반대 운동이 계속 펼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원인을 알아야 교육당국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재작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자료 수집과 함께 설문조사를 시행하여 직접 서울시내 특수학교가 실제로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은 실제 어떠한가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교육부의 연구 결과와는 상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특수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평가해보기 위해 주변에 특수학교가 없는 아파트 구입(이사)을 위한 사람들의 지불용의액을 추정하였는데, 다른 모든 조건이 같고 단지 특수학교 존재 유무만 차이가 있을 때, 근처에 특수학교가 없는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은 약 4,312만원~5,027만원을 기꺼이 더 지불할 용의(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지불용의액의 전체 평균은 약 -2,756만원으로 나타나 이 경우에는 오히려 주변에 특수학교가 있어도 아파트 가격만 싸다면, 싼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부호가 반대로 나온 것은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지 않으며, 또한 특수학교가 근처에 있어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 해석됩니다.
즉, 지불용의액이 4,312만원~5,027만원으로 크게 나온 것은 대다수 사람들이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여겨서 그런 것이 아니라,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 간에 편차가 크고 또한 상당히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극단적 인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서울시내에서 특수학교 반경 1,060m 이내에 아파트 단지가 존재하는 14개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특수학교의 아파트 매매가격에 대한 영향을 추정한 결과, 서울시내 아파트와 특수학교간 거리가 1m 멀어질수록 아파트 가격은 약 8.5만원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특수학교에서 반경 310m 이내에 존재하는 아파트 가격은 통제집단(751m~1,060m 사이)의 아파트보다 8,353만원이나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특수학교가 주변에 있어도 높은 아파트 가격을 형성하는 일부 아파트는 분석에서 제외되었고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적인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연구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는 특수학교가 존재함으로 인해서 서울시내 주변 아파트 가격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의 연구를 토대로 저는 특수학교 설립 전략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특수학교를 비선호시설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곧 아파트 가격에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여겨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약 절반의 사람들은 특수학교에 대해 나쁘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 간의 편차가 상당히 크고 또한 특수학교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극단적 인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특수학교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여기는 일부 특수집단에 대한 장애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둘째, 교육당국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더 이상 특수학교가 있다고 하여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로 접근하여 홍보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 및 특수학교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을 바로잡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여야 합니다.
교육당국이 특수학교 설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수학교가 인근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면 사람들은 여전히 이를 불신(不信)할 확률이 높고 타당한 근거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단기적으로는 좀 더 현실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비록 강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학령기(20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이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특수학교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확률이 높고, 사람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특수학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학령기 자녀를 둔 중년층과 고(高)연령대에 대한 장애인식 개선 교육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당국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특수학교가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논리로 설득할 것이 아니라, 장애 및 특수학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바로잡아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여야 합니다.
또한 당장의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단기간인 대응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사실을 직시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장애인식 개선 정책을 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더 이상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해 지역사회 갈등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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