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이야기
때는 2000년 8월 ㅇ일..
방학이라 이모군은 한창 늘어져 있었는데 갑자기 황모군의 전화를 받는다.
"어이~친구, 내 대신 가서 하루 봉사 좀 해주어야 겠네."
그때까지 봉사에 별로 관심이 없던 이모군은 이 말에,
"뭔데? 네 일인데 왜 내가 가. 싫다네."
그러자 황모군은 다시, "내가 바빠서 그러네. 제발 딱 한번만 부탁하네. 향토장학금을 받으려면 봉사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한시간도 안해서... 네가 한번만 대신 해주라."
이모군은 싫었지만 황모군이 저녁을 사준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할 수 없이 학교에서 가까운 복지기관을 찾느라 전화번호부를 뒤적였다. 그리고는 성북구에 있는 노인복지관을 하나 발견한다.
"예 거기 성북노인복지관이죠? 전 황ㅇㅇ라고 하는데 하루 가서 봉사활동 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때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모군은 황모군이 되어야했다.
아마 일이 여기서 끝났으면 그 후로 복지관에 자주 안 갔을 지도 모른다.
한데, 청소 도중에 갑자기 3층 복지사님이 이모군을 불러 다시 이름을 묻자, 그만 황모군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대고 말았다.
역시 단순한 이모군이었다.
"어 아까 이름이랑 다른데요? 아깐 황뭐시기라 하지 않았나요? 빨리 진실을 말해욧!"
할 수 없이 자초지종을 말하고 난 이모군은 그 담주에 황모군과 같이 복지관에 방문할 것을 명령(?)받았다.
하지만 복지사님의 좋은 인심(?) 덕분에 이모군은 황모군의 이름으로 그날 봉사활동 확인서를 끊어갈 수 있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이모군과 황모군은 약 2년간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복지관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봉사시간을 때워야 하는 순수하지 않은 동기로 참여했지만, 나중에는 할머님, 복지사님들과 정이 들어 후배들을 데려가기도 하였고, 오히려 참여하는 날이 기다려지기 까지 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은 할머님들 모시고 대학로로 연극을 보러간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내용들, 장면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신파극 '눈 나리는 밤'이었다.
문득 그때의 연극을 오늘날 다시 한번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