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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란

동아리 우리말 사랑 모임의 추억

by 더불어 사는 사회

저는 대학교 다닐 때 우리말 사랑 모임이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했었습니다.

한글 사랑 동아리로 바르고 고운 순우리말을 찾아내어 널리 알리고, 남북한의 이질화된 언어를 극복하여 언어 통일에 앞장서는 동아리였지요.


지금은 두 아이들 이름도 순 우리말 이름으로 지었지만, 그 당시에는 특별히 우리말에 열정이 있어서 들어간 건 아니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때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의미없는(?) 생활을 이어가던 도중 뭔가 열정을 쏟고 사람들과 더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숙사 같은 층에 새로 사귄 친구 방에 놀러갔더니 그 친구가 자기는 우리말 사랑 모임에서 활동한다고 하였습니다. 듣고 보니 재밌을 것 같고 선배들도 좋다기에 저도 어느 날 무작정 찾아가게 되었지요.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처음 동아리방에 들어가던 때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한 학번 선배 형이 앞에 앉아 있었고 맞은 편에는 동기 두 명이 앉아서 동아리 회지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지요.

대학교 입학하여 특별한 활동 없이 무료한 생활을 하던 저는 동아리 사람들이 좋아 보여 바로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졸업할 때까지 많은 추억들을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쌓고 행복한 기억들을 만들어 나갔지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교에는 순수 관심분야 동아리, 학문동아리 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취업이 어려워지며 2000년대 이후에는 영어나 취업에 도움되는 동아리 들만 살아남고 우리 동아리를 비롯해 순수 학문 동아리들은 다 없어졌지요.

그 점은 지금도 상당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동아리는 편안한 삶의 휴식처이자 안식처였습니다.

늦은 밤 기숙사 또는 하숙집에 들어가기 전, 동아리방에 들러 여러 모람(회원의 순 우리말. 모인 사람들의 준말)들이 날적이(방문 기록, 공동 일기장과 비슷)에 남긴 글을 읽고 감상에 젖었습니다.

때로는 옛날 동아리 선배들이 남긴 글들을 읽으며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그 당시의 대학 문화를 감상하고 철학을 느꼈습니다.


80년대 학번 선배들의 글을 읽으면 그 당시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어쩔 땐 먼 나라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취업 걱정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문제, 데모와 현실참여 문제, 역사 문제, 동아리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삶에 대한 고민 등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선배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삶의 치열한 고민과 반성을 느꼈습니다.

저도 선배들의 글을 읽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대학생활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해답을 나름 찾곤 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의 관심은 동아리보다는 학점과 취업으로 옮겨갔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공부에 열을 올리는 새내기들을 보면서 ‘공부말고 뭔가 열정을 쏟는 일이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때 활기를 띄던 우리 동아리도 점점 모람수가 줄어들어 한 학번에 1~3밖에 되지 않았지요.


차츰 동아리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이 식어갈 때 90학번 선배가 날적이에 글을 남겼습니다.

바로 2학기 시작일인 9월 1일이었지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졸업반 선배였는데 가끔씩 동아리에 방문에 후배들을 격려해주곤 하던 형이었습니다.


당시 2학기 개강을 막 시작한 터였고 동기들 모두 동아리 활동에 지쳐 있을 때였는데, 선배 형의 멋지고 따끔한 한마디에 매우 감명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젊음에 관한 글인데 너무 좋아 워드로 쳐서 지금도 저장해놓고 있는 글입니다.

오늘날의 현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해, 이 글을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언젠가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80년대 학번과 90년대 학번이 어떻게 다른지 아냐고..

물론 90년대 학번이 연령으로 보면 당연히 젊겠지만 그런 피상적인 젊음 이외에는 오히려 80년대 학번이 훨씬 더 패기가 넘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 말을 상당히 공감한다.

내가 아는 몇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시대를 논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낀 80년대의 젊음은 일단 야성이 살아있는 시대였고 늘 호주머니는 비어 있었지만 마음은 넉넉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던 시대였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그들이 숨쉬는 현실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미래를 꿈꾸며 현실의 고통조차 즐길 줄 알았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이른바 신세대 문화는 나에게 여러 가지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들은 일단 젊다는 것을 무지무지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들은 조금도 젊지 않다.

그들의 차림새는 자본주의 상품문화의 몰개성적인 추종에 불과하고 그들의 사상은 젊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성세대의 안일한 개인주의에 더 가깝다.


도대체 그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 그들이 젊다고 느낄 수 있겠는가. 그들은 게다가 나름대로의 전통을 구축해 온 대학문화 마저 훼손시키고 말았다.

그들의 온실교육에서 받아온 무기력과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편리한 장점인 개인주의가 우리들의 유일한 안식처이며 자유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자랑찬 대학을 멍들게 하였다.


사회 곳곳에선 훼손된, 실종된 대학문화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한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젊음'에 대한 정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겉으로 내비치는 신체의 팽팽함을 가지고 젊음을 논하기 보다는 그의 사고와 행동이 얼마나 젊은이다운가에서 젊음을 찾아야 한다.


젊은이는 사고를 함에 있어서 참신함과 독창성을 추구해야 하고 그들의 행동은 기성세대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패기와 야성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젊음을 원 없이 발산하려는 활화산 같은 정열이 있어야 한다.

우리 동아리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조금 더 힘있게 살아가라는 거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앞날을 위해서도, 지금보다는 더 밝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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