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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Apr 24. 2022

우울증 일기 62. 당연한 것은 없다


컴퓨터와 연결시키는 마이크를 주문했다. 한 개를 주문했는데 뜯어보니 세 개가 와 있었다.

결제내역을 보니깐, 아, 내가 연속으르 클릭한 바람에 3개나 주문이 됐던 것이다.

결제도 3개의 금액으로 결제됐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왜 주문하나 제대로 못하는걸까?”

“주문을 잘했어야 하는거 아냐?”


낯선 여행지에서 호기롭게 버스를 탔다. 알고보니 잘못된 버스다. 나는 후다닥 버스에서 내려 이 낯선 곳을 둘러봐야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


“아니, 왜 버스를 잘 못탄거지?”


30대의 내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과거의 나는 더 심했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화가 나고 분했다. 


“어째서” “왜” 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다. 분명 일이 잘됐어야 하는 건데 제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나고 분이 났던 것이다. 저절로 잘될 수밖에 없는 일인거처럼 보이는데 안되니까 답답하고 초조했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말했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어요. 원래 이솔씨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에게 쉴 수 있는 집이 있는 것도, 가족이 있는 것도 집에 고양이가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다. 오늘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돈이 있는 것도 시덥지 않은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다. 원래 그래야 했던 것은 없다. 내가 태어났기 떄문에 ‘당연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야하는 이유가 없다. 수저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늘상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연봉은 얼마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 라고 생각한다. “나는~해야한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멋지고 다정하고 좋은 애인을 만났어야해.

이 나이에 돈은 이렇게 모아놨어야해.

집은 이쯤에서 샀어야 해.


이런것들. 당연하다고, 꼭 뭐를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삶을 불행

하게 만드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은 청년의 이야기를 접했다. 아무 이유 없이, 전조증상 없이 별안간 눈앞이 깜깜해진 것이다. 그 사람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앞을 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건 아니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더라면, 그랬는데 만일 눈이 보이지 않았더라면 나는 하루하루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람처럼 즐겁게 하루를 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고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제는 나에게 주어진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사람들, 글을 쓸 수 있음,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자 삶에 대한 감사함이 생겨 났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당연하지 않다.

주어진 것은 은혜인 것이다.




+여러분들의 우울증 이야기, 힘든 일,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아래 메일로 연락을 주셔도 됩니다 :) 

anakffoddl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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