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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Jun 28. 2022

우울증 일기 73. 삶 재건하기


"저번에 꽤 좋아보이셨는데 이주동안 어떠셨나요?"


의사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차분하게 최근에 느낀 내 감정을 이야기했다. 2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한다. 지난 2주보다 나는 좀 더 긍정적이게 됐고, 삶이 주는 기쁨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됐다. 물론 짜증이나 외로움이나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 번씩 올라오긴 했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최근 2주간 나는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대체 과거의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는지 신기해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몸을 찢는 것 같은 고통이 시작됐고 무기력하고 무의미했으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 삶이 10년간 지속됐기 때문이었다. 매순간 죽고 싶었고 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지금은 아무 일이 없으면 어떤 고통도 없다. 평온한 상태에서는 삶이 흥미진진하고 재밌다고 느낄 정도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다. 나는 지난 십여년동안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느낌이에요."


"그리고 어떻게 삶을 재건해야할지가 고민이에요."


나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이제 남들이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정상’궤도에 오른 것이다. 이제야 일반적인 삶에 온 것이다. 의사선생님은 나보고 ‘이제 천국으로 간게 아니’라고 했다. 그 표현이 꽤 충격적이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지만, 나는 천국에 온 게 아니구나. 좋은 일도 있고 안좋은 일도 있고 무료하기도 하는 일상이 반복되는 삶에 온 것이다!  


나는 내 삶을 재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vlog를 보고 참고 하고 있다니까, 의사선생님은 자신의 생각을 말씀해주셨다. 그러니까 회사라는 것에 맞지 않아하고 힘들어 했던 지난 날들을 돌이켜볼 때 지금이 행복하다면, 꼭 회사로 돌아가는 일반적인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것에 의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할 지점을 던져주셨다. 


사실 난 전업작가가 싫었다. 뭔가 불안했다. 글쓰는 일은 재밌긴하지만 8시간을 글쓸 자신도 없고 혼자 글쓰

는 일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입이 직장인 만큼이나 보장된다고도 할 수 없는 점에서 불안을 가중시켰켰다. 그래서 직장인이 되고 싶었고 회사에 해고당하기 전까지도 끝까지 붙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특성, 강점에서 볼 때 난 작가, 프리랜서의 길을 가는게 맞았다. 나는 벌써부터 그 길이 험난할 것을 알고 지레 겁먹고 뛰어들기를 거부해왔던 것이다. 

결국 혼수상태에서 꺠어나 나를 바라보고 나의 삶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면, 불안하다고 다른 이들의 삶을 사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씀해주셨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아니라서 어떻게 이 길을 가야하는지 방향이 잘 나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불안했지만, 더는 방법이 없어보인다.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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