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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Aug 17. 2022

우울증 일기 77. 감사함

학원 생활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나는 한달동안 거의 폭식과 구토를 하지 않았다. 식습이 제대로 잡혀가는 느낌이다. 우울하다고 느낀 적도 없으며 살기 싫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2년만에 본 동생은 나의 표정이 너무 좋아졌다고 했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내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가장 큰 느낌은 자유롭다였다. 매일 같이 머릿속을 맴돌던 살기 싫다는 생각과 끝이 없는 부정적인 결론, 자기 비하 속에서 나는 매순간 고통스러웠다. 감옥에 갇혀서 벌을 받는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 감옥의 문이 열리고 어두웠던 방안에 빛이 들어왔다. 해방이다. 

온몸이 가벼웠다. 뛸듯이 기뻤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다. 평범한 저녁을 먹고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극심한 외로움도 사라졌다. 막연하게 누군가를 원하던 욕구도 사라졌다. 나는 오로지 나로서 존재하고, 그것이 기뻤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복역 생활을 하다가 선물 같이 찾아온 이 시간이 너무나 감사했다. 그저 아무일 없이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평온한 마음 상태인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기본 세팅값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게 안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그냥 저냥 아무 생각 없다. 일상적인 일에 살짝 지루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살고 싶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잔잔한 호수 물 같은. 그에 반해 나는 매일 같이 폭풍우가 치고 쓰나미가 몰려오는 혼돈 그 자체였다. 이제 내가 평온함을 알게 되니까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통속에서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일례로., 슬프다고 말하면 "무슨 일 있어?" 라고 되물어오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슬픈거지? 아무 일이 없어도 슬픈데!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기본적으로 사람이란 아무 일이 없으면 슬프지 않다. 그런데 나는 아무 일이 없어도 슬펐다. 나의 감정은 고장나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가끔씩 10년이 넘는 세월을 우울증의 죄수로 복역해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렇게 후회했다간 겨우 건강해진 마음을 헤칠까봐 일부러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때 설렁설렁 보내왔다면 지금은 최대한 열심히 살고 즐기면서 살면되지 뭐. 현재에 집중하자. 그렇게 나를 다독인다. 

앞으로 나의 기록들은 우울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울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서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우울증 이후의 삶에 대해서 적어내려갈 것이다. 또한 우울증을 극복하기에 가장 좋았던 자기 대화에 대해서 그 방법을 이야기할 것이다. 혹시나 우울증을 낫기 위해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자기 대화를 꼭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자기 대화 방법은 차차 적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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