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우울증을 앓던 시기도 다르다. 누군가는 1개월 앓았고 누군가는 10년을 앓았다. 또 나은 줄 알았는데 1년 후에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에는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꽤나 까다로운 병이다. 우울증은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도 다르고 원인도 다르기 때문에 딱 어떤 시점이 나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확히는 의사와 함께 상의해서 치료의 종결을 만들어 가야한다.
우울증이 낫는다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이 됨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전에 했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우울하게 바라보았던 것들이 왜 그렇게 생각했지? 라는 의문이 드는 정도가 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있는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돈이 없어서 우울에 빠졌던 사람이라면, 우울이 나아져도 돈이 없는 상태는 그대로일 수 있다.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던 상태였더라면, 우울증만 낫는다고 해서 사람이 생기는 건 아니다. 물론 더 건강한 상태에서 돈을 벌수 있고 사람을 만나서 만족으로 가는 길이 쉬워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 길이 저절로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우울이 나아졌을 때 더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울이 어느 정도 나으면 활력을 다시 찾게 되는데, 우울해 하는 동안에 망쳐놨던 나의 삶을 보면 더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그때서야 엉망진창으로 어질러 놓은 내 책상 위, 내 방, 내 학업, 내 직장, 인간관계, 내 삶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것들이 다가 오면 우울해진다. 우울증을 앓았던 그 시간은 암흑기만 갖고 왜 내가 우울에 빠졌는지 후회하고 자책하게 된다. 사실 그런 것은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내가 우울이란 터널을 빠져 나왔을 때 내리 쬐는 햇볕에 행복감을 만끽하고 난 후 느꼈던 것은 내손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느낌이었다. 나는 나이만 먹었지 할 줄 아는 건 없었고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과거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를 탓했다가는 또 다시 우울에 빠질 것 같아서였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했다. 내가 쉬었던 시기가 있었으니깐, 더 이악물고 달려갈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우울증을 겪었던 이 경험을 어떻게든 발판으로 삼겠다고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