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내가 겪은 증상들-2편-
내가 겪은 증상들 -2편-
내가 겪는 증상은 이렇다.
(5) 이인증, 비현실감각
난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슨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혹은 어제 그토록 슬펐는데 오늘에서야 왜 그렇게 슬펐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순간도 많았다. 미친 듯이 폭식을 하고 구토를 하고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가, 학교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일어나는 날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내가 너무 낯설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어제 좋다고 느꼈던 그 사람을 오늘 본 순간 내가 왜 좋아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일도 많았다.
(6) 인지왜곡
나는 사실이라고 볼 수 없는데, 사실인거처럼 생각했고, 나와 연관이 없는데 연관 지어 생각하곤 했다. 예를 들면, 우연히 사람들이랑 시선이 마주치면 난 이런 생각부터 덜컥 든다. ‘저 사람이 나를 뚱뚱하다고 보겠지?’ 라고. 그래서 사람들이랑 잘 지냈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저 친구는 나를 싫어 할거야.’ 라는 생각만 하고 다녔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사람들이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고 침묵이 시작되면, ‘나 때문인건 아닐까?’ 라는 생각부터 했다. 사실 사람들이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어도 ‘사람들이 나를 멀리하고 싶은 건 아닐까?’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에 아무런 근거는 없었다. 그 사람이랑 시선을 부딪힌 건 우연의 일뿐이고 어떤 의도를 하고 있는지, 그 사람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해석과 잣대를 갖다 대 현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7) 자살사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느꼈다, 삶에 목표도 없고 만나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것조차 아무것도 없었다. 왜 오늘 눈을 뜨는지, 왜 잠자리에 드는 것인지 의문이 가득 찼다. 계속해서 파도처럼 우울과 슬픔, 외로움이 몰려 들어왔다.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늪에 빠진거처럼 허우적댔다. 벗어나고 싶어서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4-5시간을 정처없이 걷기도 했다. 하지만 육신만 고될 뿐 내 감정과 마음과 기분은 변하지가 않았다. 이유없이 찾아오는 이 끔찍한 우울함에 나는 져버리기 일쑤였다. 이런 삶을 이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고통은 실제 신체에 가해지는거마냥 느껴졌고 고통속에서 몸부림쳤다. 도망쳐. 도망치자. 이 고통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죽음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