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폭식증
04. 폭식증
여러 증상 중에서도 가장 날 괴롭힌 것은 바로 ‘폭식’ 이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미친 듯이 음식을 먹어댔다. 기본 한 그릇이면 됐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온 날이면 밥솥의 절반 가량을 먹어버렸다. 음식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해치웠다. 그리고 위가 찢어질 것 같고, 더부룩해지면 먹은 것을 게워냈다. 게워내는 이유는, 이대로 두면 살찔 것 같아서. 그리고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두 가지 이유였다.
비워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깐 폭식은 멈출 줄 몰랐다. 라면, 과자, 빵, 각종 배달 음식 닥치는 대로 먹었다. 그렇게 하고나면 식이조절을 못했다는 자괴감과 살찔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폭식을 하고나면 두 끼 정도는 안 먹었다. 살이 찔까봐서였다. 그러다가 배고픈 상태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폭식은 더욱 심해졌다.
우울증으로 인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 우걱우걱 씹고 삼키는 행위를 한다. 곧이어 살이 찔 거라는 불안감에 토하게 된다. 이 악순환의 반복에 나는 지쳐만 갔다.
우울증과 폭식증이 가장 심했을 때 하루 일과는 이랬다.
기상 → 아침 먹지 않음 → 공부하기 위해 책상에 앉기 → 집중할 수 없음, 불안감 몰려들어옴 → 공복상태에서 집에 있는 음식 모조리 먹기 → 토하기 → 피곤한 상태로 널브러져 있기 → 밤이 되고 후회하기 → 후회하고 자책하고 우울하면서 고통스럽게 잠들 수 없는 밤 보내기
집에 하루종일 있는 날이면, 폭식을 여러번 할 때도 더러 있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데, 삶이 끝났으면 바라는 게 정상 아닐까.
음식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내가 폭식하는 모습을 본 동생은 내가 마치 귀신들린거마냥 눈에 초점도 없이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었다고 했다. 통제력을 상실한 나는 제어하는 스위치가 갑자기 꺼진 것 마냥 굴었다.
너무 힘들다.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