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나물 한접시
고추잎나물을 데치고 무쳐 식탁에 올렸다.
신혼시절 정말 밥은 커녕 반찬 하나 할줄 모르는 나였다.
그런던 어느날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중 어떤 반찬을 맛나게 집어 먹는 남편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나물이라 하였다.
초록 나물은 시금치 정도나 구분하는 나이기에 무슨 나물이냐 하니 고추잎나물이라 하였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 시장을 보러갔다.
소쿠리에 올망졸망 나물이며 야채를 파는 할머님께
고추나물잎 있냐 물으니 이게 다 고추잎나물이라 하시며 얼마나 줄까 물으셨다.
"할머니 그런데 제가 이것을 해본적이 없는데 이 나물은 어떻게 요리 하는건가요?"
"싸악 씻어같고 뜨거운물에 데쳐 꺼내 찬물에 헹군뒤
꼭 짜서 고추장 적당히 된장 적당히 참기름 깨소금 적당히 넣고 무치면 맛나다"
아··적당히
적당히라··도대체 그 적당히는 얼만큼이란 말인가?
"할머니 죄송한데요 적당히 넣으라 하셨는데
아버지 밥수저로 한수저예요 반수저예요 ?"
"그기 이리 딱보면 보인다 아부지 밥수저로 적당히 떠가지고 적당히 넣어 살살 무쳐 봐라 맛나다"
더이상 질문을 못드리고 고추잎 나물을 사왔다 그날 저녁 고추잎나물이 제대로 됐는지 안됐는지 상관없이 남편은 참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적당히 ㅎㅎ
적당히가 얼만큼인지 나는 이제 안다.
적당히는 세월의 체험으로 체득되는 양인것이다
이제는 양념을 휙휙 뿌리며 넣어도
짜겠다 싱겁겠다 딱 됐다가 눈에 보인다
입으로 맛보지 않아도 감각으로 느껴진다
그 세월의 감각이 적당히 인것이다
고추잎나물 한접시에 오래전 젊은 남편과 나를 만났다.풋풋했던··가진것없이 가난했어도 고추잎나물 한접시로 행복했던 그시절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