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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Feb 15. 2020

김연수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바다가 파도의 일이라면 너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들의 일이다.

1.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진실을 찾는 것이지만 그래서 진실은 아름답다.

세상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묻어두고 잊어버리면 될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론 잊어버리고 묻어두려고 한다. 바다가 파도의 일이라면 너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들의 일이 된다. 바다가 파도의 일이라는데 파도의 일은 무엇일까?

바다와 파도는 필연적이다. 파도가 없으면 바다일 수 없으며 바다가 존재하기 때문에 파도도 존재한다. 그래서 바다는 파도의 일이 되고 파도는 바다의 일이 된다. 너가 없으면 내가 없고 내가 없으면 너가 없는 관계 바다와 파도처럼 너와 나의 관계는 필연적이다. 그래서 나는 너를 알기 위해 힘들어도 그 길을 가는 것이다.

평생동안 가슴 속에 묻고 살았던 친모를 찾는 카밀라의 여정은 단수히 내가 태어난 뿌리를 찾기 위한 것은 아니다. 바다와 파도의 관계처럼 친모 이지은이 딸인 카밀라의 일이며 카밀라의 일이 친모 이지은의 일이다. 이지은의 이야기가 카밀라의 이야기가 된다. 결코 하나를 버리면 다른 하나의 일이 설명되지 않는 것처럼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진다.

작품 속에서 카밀라는 자신의 친모를 찾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단지 자료가 부족해서, 서류가 부족해서는 아니다. 자신의 친모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시점을 달리한다. 카밀라의 시점, 카밀라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점, 그리고 우리들의 시점 그래서 카밀라, 지은, 우리라는 세 가지 주제로 다가간다. 모두의 기억 속에 카밀라에게 없는 친모의 이야기가 들어있지만 각자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으로 지은을 자살로 몰아갔는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모두 이야기하기를 잘못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숨겨두기만 했던 유년의 기억들이 카밀라라는 존재를 통해서 세상 밖으로 드러나고 카밀라는 조금씩 어머니의 기억 속에 들어가지만 그 기억은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바다가 파도의 일이라는 것은 결국 지은의 이야기는 카밀라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신혜숙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그녀를 자살로 몰아세웠던 동기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지은을 기억하는 이들은 마지막까지 기억을 덮어버리고 싶어한다. 어린 나이에 죽어서 타향을 떠날 수 없던 서양의 작은 여자아이의 영혼처럼 지은의 영혼은 진남의 어느 한 마을에서 떠나질 못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바다가 파도를 찾는 것처럼 지은의 일은 곧 카밀라의 일이다.

작품 속에서 이들은 너무나 잔인하다. 그리고 너무나 슬프다. 지은의 일이 모두의 일이라면 그들 역시 지은의 자살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2. 아버지의 죽음에서 끝까지 울지 않았던 지은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봐야하는 것들.

어릴 적 입양이 된 여자아이가 커서 자신의 부모를 찾는 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양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슬픔을 글로 쓰다가 우연히 작가가 되었고 그녀의 뿌리를 찾는 논픽션을 쓰기 위해 우연히 찾은 어머니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 또한 흔하다. 그러나 그 흔한 이야기들이 어쩌면 우리가 듣지 않으려고 했던 진실일 수 있다.

지은의 아버지는 당시 뉴스에서 문학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이야기다. 일한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다 죽었다. 그리고 죽은 이들의 사람은 그 슬픔을 지은의 아버지와 가족에게로 돌린다. 지은의 아버지가 선동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들은 살아있다고. 우리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울면서 끊임없이 사장에게 돌을 던지는 지은이의 절규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갑자기 아이를 가지게 된 지은의 그 슬픔을 아는 사람은 없다. 학생이 문란하고 걸레라는 소문, 단지 지은의 아버지때문에 있지도 않은 소문을 퍼트린 친구들 이 모든 것들이 지은을 힘들게만 한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나오는 지은의 아버지 이야기, 소문들, 카밀라의 아버지에 대한 무성한 이야기는 진실을 보지 못하고 덮어두고 숨기려고만 하는 이들의 잔인한 단면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슬픈 일들이 참으로 많고 흔한 이들이 너무나 많은데 우리는 이 것을 얼마나 듣고 보고 있을까? 바다가 파도의 일이라면 지은의 아버지 일은 곧 우리의 일이 된다.

마지막 카밀라와 지은이 하나가 되어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외치는 부분, 그것은 바다가 파도의 일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



파도가 바다일이라면/김연스/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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