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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우 Nov 27. 2018

모든 것이 섞이는 곳, 명동

공간 감상

 명동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명동 성당을 지나 거리 안 쪽으로 들어갈 수록 점점 사람들이 늘어난다. 우리은행과 국립극장이 마주보고 있는 사거리에서 인파는 정점을 찍는다. 명동 거리는 모든 것들이 섞여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냄새나는 것, 느껴지는 것들이 섞이고 바뀌기를 거듭한다. 그 복잡함이 명동의 채취를 만들어낸다.

 관광명소인 명동에서는 다양한 인종들을 찾아볼 수 있다. 거무스름한 피부에 낮은 뭉툭한 코, 크림색 머리에 깊이 파인 눈매, 각이진 안경을 쓰고 올려신은 노란색 양말, 우리나라 사람인지 분간할 수 없는 동양인.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재촉하거나, 거리에 나열된 노점 앞에 서서 국적을 알 수 없는 간식을 사먹거나, 내게는 익숙한 한국의 전경을 낮선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는다. 형태도 움직임도 출신도 국적도 다른 사람들이 섞인 거리 속 관찰의 재미는 쏠쏠하다. 


 거리를 걷자면 시시각각 냄새가 변한다. 창을 열어 은은하게 내보내는 화장품내, 버터를 발라 기름에 튀기고 토치로 불을 내뿜어 먹기좋게 잘라놓은 랍스터의 살을 익히며 올라오는 흰 연기의 내음. 백인, 황인, 흑인의 살내음. 음식 찌꺼기들이 한데 엉켜 진득한 덩어리가 되어 풍기는 악취. 모든 향취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차지하며 냄새를 풍긴다. 역한 곳도 구수한 곳도 향기로운 곳도 존재한다. 


 소리는 또 어떠한가. 얼굴을 맞대고 힘을 겨우 듯 크게 틀어놓은 KPOP들이 엉켜 기괴한 흥겨움을 만들고 아랍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영어, 화장품 매대 앞에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앙칼진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작게 크게 적당하게, 그래서 결국에는 시끄럽게. 

 서로 다른 것들이 발산하며 얽혀지며 제 3의 것들이 생겨나는 곳. 그 혼란의 공간을 아무 목적도 소리도 행동도 향취도없이 거닐자면 마음이 공허해진다. 내딛는 발걸음들 만으로 몸이 울리고, 내쉬는 숨마저도, 깜빡이는 눈꺼풀마저 어느 때 어느 곳 보다 잘 느껴지는 곳. 오감들은 반응하지만 오감이 뭉쳐 만들어지는 느낌과 감정, 감성은 알 수 없는 고요를 헤매는 듯 한 명동은 정말이지 흥미로운 곳이다.


 한번쯤은 추천한다. 명동의 거리를 홀로, 아무 이유도 목적도 없이 거닐어 보기를. 맨 눈, 코, 입, 귀, 살갖으로 뒤섞이는 명동을 걸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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