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글밥짓는여자 이지영 Nov 1. 2022
‘40년 전통’이라고 크게 써붙여 놓은
약국 문을 밀고 들어갔다.
언제나 기승전결이 없는 나는 약을 사러 들어갔음에도 약은 뒷전이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헛짓할 게 없는지 살펴본다.
그런면으로 나는 거의 전문가 였으므로
눈을 좌우로 몇 번 굴리기도 전에
‘추억의 텐텐_리미티드 에디션’ 봉다리를
집어 들었고 혼자 신이 났다.
얼마 만에 보는 ‘텐텐’ 인가 말이다.
그 옛날 약국에 갈 때마다
조그만 녀석에게
삥을 뜯기다 시피해서
사 바쳤던 텐텐.
그 징글징글한 것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퇴근해서 녀석에게
옛~다~!! 하고
건네주면 녀석도 저의
코 흘리게적 시절을 떠올리며
함박웃음 짓겠지~
늙수구레한 아줌마가 들어오더니
빨간 텐텐 봉다리를 들고 실실거리고 있으니
약사가 곁눈질로 쳐다본다.
아! 나 약 사러 왔지!!
약사 앞으로 가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종합 감기약 하나 주세요”
40년 전통의 약사는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느라 종합감기약은 기침, 콧물, 몸살 등 종합적 증상일 때 먹는 게 좋으니
현재 증상에 맞는 약을 먹는 게 낮다고 하면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증상이 모두 경계에 겹쳐 있으므로
종합감기약이 내게 맞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나는 약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네~ 제가 어제까지는 목이 칼칼하고 아팠는데
오늘은 콧물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기침도 조금 나기 시작하고요”
40년 전통의 약사는 자신의 의견을 꺾고
순순히 종합감기약을 내주기가 싫었던지
몇 마디 문진을 더 한 뒤에,
“종합감기약을 드셔야겠네요”라고 어색하게 말했다.
나는 조금 겸연쩍기도 했고 미안했다.
그는 어느 모로 보나 40년 전통의
전문가가 분명했다.
게다가 하얀 가운도 꽤나 잘 어울려서 더욱
신뢰가 갔다.
그러나 나는 슈퍼에서 물건을 사듯 증상을 말하지도 않고 스스로 처방을 하고
값을 치르기만 한 것이다.
내가 한 행동이 너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을 듬뿍 담아 약국 문을 살며시
여닫고 나왔다.
음....그런데 나도 나이를 쉰 하고도
몇 살을 더 먹었으니
50년 전통은 족히 되지 않나....?
모쪼록 이런 점을 감안해서
40년 전통의 약사분이
덜 언짢아했으면 좋겠다.
다음엔 증상부터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