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그는 40년 전통, 나는 50년 꼼수.

‘40년 전통’이라고 크게 써붙여 놓은

 약국 문을 밀고 들어갔다.

언제나 기승전결이 없는 나는 약을 사러 들어갔음에도 약은 뒷전이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헛짓할 게 없는지 살펴본다.


그런면으로 나는 거의 전문가 였으므로

눈을 좌우로 몇 번 굴리기도 전에

‘추억의 텐텐_리미티드 에디션’ 봉다리를

집어 들었 혼자 신이 났다.

얼마 만에 보는 ‘텐텐’ 인가 말이다.


그 옛날  약국에 갈 때마다

조그만 녀석에게

삥을 뜯기다 시피해서

쳤던 텐텐.

그 징글징글한 것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퇴근해서 녀석에게

옛~다~!!  하고

건네주면 녀석도 저의

코 흘리게시절을 떠올리며

함박웃음 짓겠지~


늙수구레한 아줌마가 들어오더니

빨간 텐텐 봉다리를 들고 실실거리고 있으니

약사가 곁눈질로 쳐다본다.

아! 나 약 사러 왔지!!

약사 앞으로 가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종합 감기약 하나 주세요”


40년 전통의 약사는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느라 종합감기약은 기침, 콧물, 몸살 등 종합적 증상일 때 먹는 게 좋으니

현재 증상에 맞는 약을 먹는 게 낮다고 하면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증상이 모두 경계에 겹쳐 있으므로

종합감기약이 내게 맞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나는 약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네~ 제가 어제까지는 목이 칼칼하고 아팠는데

오늘은 콧물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기침도 조금 나기 시작하고요”

40년 전통의 약사는 자신의 의견을 꺾고

순순히 종합감기약을 내주기가 싫었던지

몇 마디 문진을 더 한 뒤에,

“종합감기약을 드셔야겠네요”라고 어색하게 말했다.


나는 조금 겸연쩍기도 했고 미안했다.

그는 어느 모로 보나 40년 전통의

전문가가 분명했다.

게다가 하얀 가운도 꽤나 잘 어울려서 더욱

신뢰가 갔다.

그러나 나는 슈퍼에서 물건을 사듯 증상을 말하지도 않고 스스로 처방을 하고

값을 치르기만 한 것이다.

내가 한 행동이 너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을 듬뿍 담아 약국 문을 살며시

여닫고 나왔다.


음....그런데 나도 나이를 쉰 하고도

몇 살을 더 먹었으니

50년 전통은 족히 되지 않나....?

모쪼록 이런 점을 감안해서

 40년 전통의 약사분이

언짢아했으면 좋겠다.


다음엔 증상부터 말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낮술 그리고 뻘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