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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그리고 뻘짓


관장실에 혼자 앉아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다가

류근 시인의 산문집을 꺼내 들었고....  


그의 책을 맨 정신으로 읽는다는 것은 어쩐지 예의가 아닌 듯해서  백만년만에 낮술하러 나갔다. 곰돌이푸를 앞세우고.


그러나 오후 두 시에 낮술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곰돌이랑 나는 대흥동 골목을 돌고 또 돌아서....


마침맞은 두부집을 발견했다.  

막걸리 한 병과 안주로 두부전을 시켰다.


때깔 좋게 부쳐 나온  두부를  먹는다.

고독한 내가  노릿 노릿하게 구워진

그것들을  잘도 뜯어먹는다.

그렇게  쳐묵쳐묵 하고 앉아있으려니


"어라? 나 술 먹으러 왔는데... "


아무래도 난  낮술이 땡겼던게 아니라 !

산문집에 박혀있던 활자 때문이 아니라!

그냥 뭐가 먹고싶었나  보다!!


막걸리는 짧게 두 모금 . 목구멍으로

흘려보냈고, 두부는 해치우고 나왔다.

.

.

.

.

돌아오는 길에 현대 갤러리에 들러서

어느 화가의 자화상(창자가 비뚤어진 자화상)을 한참을 올려다보고 나서

나의 갤러리로 돌아왔다.


갤러리안에서 차를 마시던 분들이 아직 계신가 하고 들어가 보니

찾잔을 한 곳으로 예쁘게 물려놓고 가셨다.

.

.

.

이렇게만 끝내면 허전하니

요즘 나의 친구가 된 뫼르소의 말을 옮겨본다.




"... 별들이 가득한 그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렇게도 나와 닮아서 마침내는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이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방인 1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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