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에서 둘째를 낳고 몸조리하다가, 우리집(친정과는 3시간 이상의 거리다)으로 가는날이었다. 18개월 첫째와 한달안된 둘째를 데리고 장시간 이동하느라 지쳐갈때, 우리가 살던 도시에 도착했다.
그 당시 우리집, 신혼 전셋집을 설명하자면.
신혼 전셋집은 도시라기엔 뭔가 시골느낌의 도시?인 곳에서 시내도 아니고, 30분을 더 들어가 나오는 읍내의 신축 아파트였다.
결혼하면서 신랑이 이직을 했고, 이직한곳이 둘 다 처음 알게 된 지역이라서 이 도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회사가 가까웠으며, 신축인데도 읍내라서 시내에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전셋집을 계약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주인분도 좋았고, 딱 살기 적당했다고 본다.
단지 아이 소아과를 갈려면 자차 이동만 왕복 1시간.
문화센터도, 큰 마트이용도 거즘 왕복 1시간이라는것 빼면...
아, 아니다.
아파트 하자가 남아있다... 생활하는데 가장 불편한.
처음 아파트 전세 계약서 작성할때 나랑 신랑은 이런것도 있구나 했던 사항이 하나 있었다.
특약사항에
-임차인은 아파트 하자접수에 적극 협조해 주기로 한다.
신축아파트라서 이런것도 포함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 1년간 생활하면서 열심히 하자가 있는지없는지 확인했던거같다. 화장실 수납칸에 작게 금가있는걸 발견하고 세 달을 기다려 교체받았고, 방에 보일러 기판도 교체받았으며 하자사람이 온다하면 하루종일 집을 지키고있었다.
하자접수하면서 부엌환풍기는 아래위 다 연결되어있어서 아랫집 냄새가 위로 올라와 냄새가 날 수 있다는것도 처음 알았다. 맙소사... 하루종일 환풍기를 키고있어야하는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아래층냄새로 피해본적은 없었다. 나름 환기가 잘되어서 그런가 싶다. 그냥 이렇게 자잘자잘한 하자였다. 고칠수있었으니까.
그 당시 내가 느낀 하자의 최고봉
하자인지 하자가 아닌지 아직도 모르겠는 "결로"가 남아있다.
방3, 화장실2, 28평 아파트였는데.
거실 큰 창문과 베란다 있는 작은 방이 겨울만되면 물이 줄줄줄 흘렀다. 진짜 큰 유리창에 물이 맨위에서부터 줄줄줄이었다.
하자직원분들은 몇번을 방문하며 한결같이 말하셨다. "결로다, 어쩔수없다, 집이 너무 따뜻해서 그렇다. 좀 춥게있어라..." (애기가 있는데 춥게가 되나!!!!)
한번은 베란다 천장 한쪽에 아파트 환기시스템이 철판으로 덮혀있던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물이 뚝뚝떨여졌다. 이 또한 결로라하고 그냥 가셨다(이 문제는 우리집만의 문제가 아니었나보다. 봄에 작업자가 베란다있는 외벽에 줄을타고 작업을 한번했기 때문에 알았다. )
마지막은 베란다 우수관쪽 천장에서도 물이 떨어져 접수한 건이다. 그때 직원분의 말을 잊지못한다. "베란다 천장에서 물 떨어지는것도 결로 때문이다. 아파트를 너무 잘 지어서, 너무 따뜻하게지어서 그렇다" 라는 말을하고 돌아가셨다.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 '너무 잘 지어서... 잘 지은 아파트들은 다 결로가 생기는가? 왜 친정집은 이런현상이 없었지?원래 다 이런건가. 그 동안 내가 너무 집에대해 몰랐던걸까? 이렇게 사는게 당연한건가?'
그날 퇴근하고 온 신랑한테 직원말을 전하며, 이유는 모른채 서로 궁시렁궁시렁 건설사 흉만보고 끝냈다.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하자접수를 하지않았다.
그렇게 첫번째 겨울은 작은방이 죽은공간이되었고,
거실창문에는 결로방지테이프를 붙이고 틈틈히 물기 닦으며 살았다.
두번째 겨울에는 둘째가 태어나기전부터 친정에 지내고있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연말에 돌아와서 지냈지만 연년생육아하며, 또 다른 사건이 있어서 전셋집은 전혀 내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진짜 아무리생각해도 아무 기억이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두 애기들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이동중이었을때다.
시내를 빠져나가려고하는 그 길목에 오래된 큰 아파트 단지가 하나 있었는데, 그 중 도로가에 가까운 아파트 한 동 외벽에 큰 현수막이 붙었다. 처음보는 광고 현수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