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조교로 군 복무를 하며 있었던 일이다.
'조교들은 훈련병을 훈육할 때 되도록 경어를 사용해라.'라는 단장님의 권고사항 지침이 떨어졌다.
가끔씩 비교육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조교의 사례가 있었기에 '조교들에게 어느 정도 경각심을 주기 위해 그러나 보다.'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문제는 그 뒤, 새로 오신 중대장님의 행보였다. 여태까지 한 번도 훈육 경험이 없으신 중대장님이었다.
"얘들아, 이번에 단장님 지침 들었지? 우리 대대는 올바른 경어 사용을 위해서, 앞으로 경어를 사용하지 않는 조교는 벌점 25점을 부과하기로 했다."
조교들과 의논한 것도 아니고 일방적인 통보였다. 심지어 벌점 25점이면 바로 군기교육대에 가야 되는 수준이었다. 우리들은 바로 반발했다.
"아니, 훈육을 할 때 경어만 사용하라니요! 그럼 반말은 아예 사용을 못 하는 겁니까?"
"어, 맞아. 반말은 서로에 대한 존중감을 떨어트리니깐."
"아니, 저희들이 평소에 훈육할 때, 훈련병에게 욕을 쓰는 것도 아니고... 훈육할 때 어떤 때는 경어를 쓰는 것이, 어떤 때는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는 법인데... 이것 너무 하지 않습니까?"
중대장님의 이번 통보는 너무한 처사였다. 상상해보자. 요즘 유행하는 가짜사나이의 교관들이 교육생들을 훈련시킬 때, 무조건 경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심지어 혹여나 실수로 경어를 사용하지 않고 반말을 사용하면, 벌점을 받고 바로 군기교육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하지만 우리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말았다. '까라면 까야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라는 군대 문화로 인해, 간부들은 우리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심지어 같이 훈육을 하고 있는 소대장님조차(이게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전투 뜀걸음 훈련을 하는 날, 우리 조교들이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날 내 후임 중 한 명은 평소 하던 대로 훈련병들의 뜀걸음 전 사기를 돋우기 위해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훈련병들, 오늘 잘할 수 있습니까?"
"네!"
"훈련병들, 오늘 잘할 수 있나?"
"네!!"
"오늘 잘할 수 있지?"
"(밝은 표정으로)네!!!"
"전체 뛰어!"
그 당시에 나도 그 후임 조교가 하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되게 파이팅 넘치게 훈육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중대장님의 눈에는 자신의 명령을 어긴, 훈련병에게 반말을 사용한 조교만이 보였나 보다.
전투 뜀걸음이 끝나고 중대장님은 이 일을 문제 삼았고, 조교들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 후임은 군기교육대에 가고 말았다.
몇 주 뒤, 중대장이 직접 훈육을 해보고 자기가 생각하기도 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인지, 바로 자신이 만든 규정을 철회시켰다.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온다.... 허허허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될 터인데, 중대장의 규정에는 상황과 맥락이 고려되지 않았다. 조교들과의 아무런 소통도 없는 중대장님의 일방적인 통보는 우리들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간부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흠... 근데 요즘 교육부를 보며, 계속 중대장님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나만의 착각이겠지? ㅎㅎ
#군대 #훈육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