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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07. 2020

보고서 작성은 너무 어려워...

(핵노잼이니, 오늘 글은 그냥 안 읽으셔도 됩니다 ^^)


현재 나는 초등1급정교사 자격연수를 듣고 있다. 이번 1정 연수에서는 연구실적보고서와 성찰보고서(일종의 소감문)를 각각 한 개씩 제출해야 한다.


연구실적보고서의 주제는 '코로나19 대응 온라인 수업에서 거꾸로학습(Flipped learning) 적용 방안'이다. 온라인 수업 형태에서만 거꾸로 학습을 적용하라는 건지, 온라인과 대면이 병행되는 환경에서 거꾸로 학습을 적용하라는 건지, 문제가 너무 애매했다.(내 생각엔 후자를 뜻하는 듯하다.) 그리고 여기서 적용 방안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수업사례를 말하는 건지, 거꾸로 수업을 적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소개하라는 건지, 하나의 적용 틀을 만드라는 건지 헷갈렸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내 소신껏 자유롭게 쓰기로 했다. (다음번 기수한테는 문제를 좀 더 명확하게 내주셨으면 한다...) 



다음은 내가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뇌과학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어떤 정보를 습득(=input)하고 그 정보를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환을 하려면 output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평소 우리는 수업 진도 나가기에 급급해, 토론, 발표, 문제풀이 같은 output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직접교수법을 활용한 일방향적인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온라인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게 되면서 우리는 위의 문제점들을 보완할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거꾸로 학습을 통해, 기존의 input에 치우친 수업에서 input과 output이 조화로운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때, 거꾸로 학습은 ‘수업은 학교에서, 과제는 집에서’ 했던 전통적 수업과는 달리 ‘수업은 집에서, 과제는 학교에서’ 하게 하는 온라인+면대면 혼합학습(일명 블렌디드 러닝)의 한 형태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거꾸로 학습이 좋다고 해서 일괄적으로 막 적용을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모든 학교의 상황이 다 같지 않기 때문에,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서 그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격일제 혹은 격주제, 이렇게 크게 두 가지 형태로 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거꾸로 학습을 적용한다고 했을 때, 학교마다 학사운영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거꾸로 학습 적용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

     

먼저 격일제로 운영되는 학교에 거꾸로 학습을 적용한 경우를 살펴보자. 보통 격일제 운영학교는 이런 형태로 운영이 된다. 

-A조: (월, 수 대면 수업) (화, 목, 금 온라인 수업) 

-B조: (화, 목 대면 수업) (월, 수, 금 온라인 수업)

이때 온라인 수업에서는 대면 수업의 활동을 위한 지식을 습득(=input)하는 것이 목표다. 반면 대면 수업에서는 온라인 수업에서 예습한 내용들을 토론, 게임, 발표 등을 통해 실전에 적용(=output)하는 것이 중요하다. B조의 경우는 월, 수 온라인으로 예습, 화, 목에 적용, 그리고 금요일에 한 주 동안 배운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복습하면서 균형 잡힌 수업이 가능하다. 반면 A조의 경우는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보다 뒤에 있는 관계로 뭔가 좀 애매해진다.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루만 앞으로 당기면 된다. 금요일 온라인(예습), 월요일 대면(적용), 화요일 온라인(예습), 수요일 대면(적용), 목요일 온라인(복습)으로 운영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학생이 과연 온라인수업을 잘 들을 것이냐?’ 일 것이다. input 없는 output은 무용지물이다. 백날 토론, 발표, 게임을 해봤자, 알고 있는 지식이 없다면 시간낭비일 뿐이다. 우리 교사들은 이 점들을 이용해야 한다. 대면수업을 최대한 게임의 형태로 아이들이 단계별 성장의 재미를 느끼게끔 구성해보자. 온라인 학습의 지식을 제대로 숙달하지 않으면, 대면수업의 즐거운 게임이나 토론 수업을 즐길 수 없게끔 만드는 것이다. 재미있는 대면 수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온라인 강의를 몇 번이고 듣는 학생의 모습, 생각만 해도 설렌다. 

     

이번엔 격주제로 운영되는 학교에 거꾸로 학습을 적용한 경우를 살펴보자. 격주제로 운영되는 학교의 경우에는 온라인학습에서 예습하고, 대면학습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하는 시스템이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격일제가 아닌 격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학습 일주일 동안 예습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다. 또한 output을 병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배웠던 지식들은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면서(장기기억 전환에 실패) 휘발되어 버린다.    

  

단순히 학생의 학습 측면만 고려를 한다면, 학생이 온라인 학습을 하는 일주일 동안,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input)과 과제 수행 중심 수업(=output)을 듣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교사는 밴드나 구글 클래스룸, e학습터를 활용하여 과제제출 여부를 확인하고 학생 각자에게 피드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애초에 격주제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은 하나의 수업 내용을 대면 수업, 온라인 수업 두 가지 수업 형태로 준비한다. ‘A, B반 동시에 진도표대로 진도를 나가야 된다.’라는 이유에서이다. A반이 ‘가’라는 학습내용을 대면 수업으로 듣는 동안 B반은 ‘가’ 학습내용을 온라인 수업으로 듣는다. 여기서 거꾸로 학습까지 적용하면, 교사들은 정말 죽을 맛일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교사와 학생이 모두 행복한 해결방안이 있다. 굳이 진도표대로 수업을 나가지 않는 것이다. 아까 격일제 학교의 경우에 제시했던 내용과 비슷한 맥락으로, A반이나 B반의 진도를 일주일만 늦추면 된다. 그 일주일은 친교활동을 하거나 다른 수업을 하면 된다. 무조건 A반과 B반이 똑같은 수업을 받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종합하면, 필자는 현 상황에서 ‘거꾸로 학습을 적용한 격일제로 운영하는 학교 형태’가 아이들의 학습, 교사들의 수업 효율성 측면에서 봤을 때,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말도 안 되게 ‘모든 학교에 거꾸로 학습을 적용해라.’라는 지침이 내려지면 애꿎은 선생님들만 고통받게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교육계 또한 유례없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 위기를 유연한 행정과 교육적 사고로의 변화를 통해 잘 극복해나갔으면 좋겠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그런 교육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고서 쓰면서 손 아파 죽는 줄... ㅠㅠ


3시간의 고투 끝에 드디어 보고서를 완성했다! 솔직히 잘 쓴 글 같지는 않다. 논리와 논리 사이로 빈틈이 많이 보인다. ㅎㅎ 그래도 내 나름대로 내 생각과 소신을 글로 표현했으니 만족한다. 


얼른 출근 준비해야겠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P.S. 다른 선생님들은 내 생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비판 환영합니더~




#보고서작성 #힘들다 #손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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