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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14. 2020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3가지 환경설정

우리 부부는 올해 1월부터 같이 살고 있는 신혼부부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생활패턴을 같이 맞추려다 보니, 초기에는 싸우는 일이 잦았다.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 문제부터 시작해서 변기통에 소변이 튀거나, 볼 일을 보고 변기통 뚜껑을 안 닫는 사소한 문제들까지 정말 많이 다퉜다. 처음엔 서로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같이 산 지 2~3달이 지나자 우린 서로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고, 각자의 가치관과 생활패턴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존중하겠다는 마음과 의지만으로는 서로를 존중해주는 지속적인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환경설정은 우리의 의지를 능가한다.      by 교실남                                           


환경 설정은 우리의 의지를 능가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 만의 3가지 원칙(=환경설정)을 정했다. 환경설정을 하고 지킨 지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우리는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있다. 오늘은 우리가 집안의 평화를 위해 어떤 원칙들을 세웠는지 소개해드리려고 한다. 




1. 매일 산책하기


매일 9시부터 10시까지는 산책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통을 위해서이다. 부부관계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핵심이라고 본다. 요즘에 기분은 어떤지, 직장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은 없는지 등등 산책 중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간다. 우리의 관계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환경설정도 전부 산책 중에 나온 이야기들이다.


둘째,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둘 다 살이 엄청 쪘다.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너무 행복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운동이 없이 먹기만 하는 생활패턴도 한몫했던 거 같다. 점점 불룩 튀어나온 배 모양이 서로 닮아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충격을 받았고, 산책을 통해 하루 7~8천보는 꼭 걷기로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3~4천보는 기본적으로 채우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만보 이상을 걷는 셈이다.


셋째, 집에 일찍 들어오기 위해서이다. 같이 생활을 시작한 초기에,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8시 이전에는 꼭 집에 들어오기로 서로 약속했다. 근데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좀 더 강력하고 매력적인 환경설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바로 '산책하기'였다. 우리가 사는 동네 주변은 산책로가 아주 잘 조성이 되어 있다.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산책로의 자연경관을 보면서, 대화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설정 초기에는 아내와 함께 산책하는 것이 좋아서 집에 일찍 들어왔던 것 같다. ㅎㅎ 지금은 습관화가 되어서 웬만해서는 집에 일찍 들어간다.


우리 부부가 매일 걷는 아름다운 산책로



2. 집안일 분담하기


초기에 집안일 분담 문제로 엄청 싸웠다. '왜 나만 요리를 하냐, 왜 나만 청소를 하냐, 왜 나만 집안일을 하냐' 등 특히 아내의 불만이 엄청났다. 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집안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그렇게 말을 하니 섭섭했다. 우리는 이러한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집안일 분담과 관련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참의 의논 끝에 우리에게 맞는 시스템을 정했다.


우리 부부가 만든 집안일 수당제도


일단 우리 집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기본규칙이 있다. '식사할 때 요리는 아내가 설거지는 내가, 집 청소할 때 화장실 청소는 아내가 나머지 청소는 내가 한다.' 같은 역할분담 규칙이 있다. 만약 이 기본규칙을 넘어서는 일을 했을 때는 집안일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내가 너무 오늘 피곤해서 아내가 요리와 설거지를 둘 다 해줬다면, 아내는 7000원의 집안일 수당을 받는다. 아내가 주말에 아파서 같이 집 청소를 하지 못하고 나 혼자 집 청소를 했다면, 난 8000원의 집안일 수당을 받는다.


은근히 집안일을 하며 돈을 버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집안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를 시행한 뒤로는 집안일 때문에 싸우는 일이 확 줄었다. 집안일이 한쪽으로 치우치더라도 그만큼 대가를 받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 오히려 집안일을 하는 것이 인기가 더 많을 때도 있다. ㅋㅋ


더 자세한 내용은 밑의 링크를 참고하자.

https://brunch.co.kr/@lk4471/118



3. 한 달에 한 번 여행가기


아내는 항상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지독한 집돌이다. 나는 집이 너무 좋다. 특히 주말에는 집에서 가만히 쉬고 싶다. 침대에 누워서 멍도 때리고, 소파에 누워서 영화도 보고,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잠도 푹 자고 하고 싶은데, 아내의 생각은 나와 정반대였다. 아내에게 주말은 밖에 놀러 가는 시간이었다. 주변에 카페도 가고, 근처 지역에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여행도 가고 등등...


매 번 주말이 되면 한바탕 전쟁이 치러졌다. 아내는 밖에 나가자고 하고 나는 집에서 그냥 쉬자고 하고. 신혼초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기에 항상 나의 승리로 끝나곤 했다. 문제는 아내가 점점 힘들어하는 게 내 눈에 보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코로나 블루인가!'


밖에 계속 나가지를 못하자 아내는 정서적으로 힘들어했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내가 먼저 아내에게 제안을 했다.


'음... 매주 여행 가는 건 힘들 거 같아. 나는 주말에는 집에서 쉬어야 에너지가 회복이 되거든...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들도 있고... 대신에 한 달에 한 번 여행 가는 건 어때? 매 달 셋째 주는 무조건 여행을 가는 거지!'


'좋아! 자기야 고마워♥'


'응, 나도 고마워♥'


지난 6월 달부터 아내와 나는 한 달에 한 번 여행 가기로 규칙을 정했고, 지금까지 2번의 여행을 갔다 왔다. 세상에서 집이 좋은 나지만, 아내가 여행을 가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얼마 전에 다녀온 부산 해운대




얼마 전에 이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애 낳고도 이게 유지가 될까? 그냥 신혼부부의 일상으로만 봅니다.'


그분의 말씀이 맞다. 아기를 낳으면 대부분의 시간을 아기에게 집중해야 한다. 산책이나 여행 같은 경우는 꿈도 못 꿀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아기를 낳으면 아마 우리 부부는 가정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 또 다른 새로운 환경설정들을 만들 것이다.(사실 산책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미 그때를 대비한 규칙도 몇 가지 만들어 놓았다. ㅎㅎ)


내가 생각하기엔 부부관계는 배려와 소통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오늘 각자 가정에 맞는
 환경설정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 



#가정의평화 #부부관계 #환경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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