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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20. 2020

가족끼리 운전 연수해주는 거 아니야

으아아아아악!!!


"사이드미러 조심! 또 부딪칠 뻔했잖아!"


"아... 자기야 미안..."


"아니, 커브길에서는 천천히 가야지 거기서 액셀을 밟으면 어떡해? 방금 또 중앙선 침범했잖아..."


"아, 미안..."


(한숨)




10년 간 가지고 있던 장롱면허 탈출을 위해, 최근에 아내는 운전연수를 받았다. 주변 사람들 말이 부부끼리 운전을 가르쳐주면 서로 싸운다길래, 전문업체에 아내의 운전연수를 맡겼다. 아내는 운전연수를 무사히 마쳤고, 오늘은 처음으로 아내의 운전실력을 테스트해 보기로 한 날이다.


"나 이제 잘해! 나만 믿고 타!"


"음... 진짜 믿어도 돼? 빠르게 가지 말고, 천천히, 침착하게, 오케이?"


"어, 당연하지! 얼른 타!"


매일 내가 운전을 하다가 조수석에 앉으니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아내가 어떻게 주차된 차를 빼는지 옆에서 지켜본다. 역시나, 불안하다. 나의 손은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안전 손잡이에 가있었다.


우리의 차는 아파트 단지를 겨우 빠져나와 일반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자기야, 그래도 나 운전 잘하지?"


"어? 어, 그래...(잠깐 침묵 후 깜짝 놀라며) 어어어억!!! 앞에 조심!!!! 아니, 자기야, 앞에 신호가 빨간불이면 미리 브레이크에 발을 갖다 대고 천천히 속도를 줄여야지, 그렇게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떡해?"


"아... 미안..."


그때를 기점으로 나의 잔소리는 시작되었다.


"아니, 오르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떡해? 오르막길에서는 액셀을 밟아야지! 아니, 내리막길에서 엑셀 밟으란 소리가 아니잖아 ㅋㅋㅋ 거기다 여기는 커브길인데, 엑셀을 왜 밟아!!! 방금 펜스 부딪칠 뻔했잖아!"


"급브레이크, 급발진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어때? 갑자기 그러면 진짜 사고 난다!"


"자, 100m 앞에서 좌회전! 좌회전 준비하쎄요~~~ (잠시 후) 아니, 우회전이 아니라 좌회전이라고!!!"


"아니, 왜 아까 몇 번이나 말했던 거를 잘 못하냐?"


결국 참다 참다못해 아내는 폭발했다.


"너는 그러면 처음부터 잘했냐? 나 이제 운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됐다고! 나도 이게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네 말을 안 듣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엉엉엉...(울음)"


아내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펑펑 우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의 말이 맞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래, 나도 처음에는 아내보다 더 심했지...'


1년 반 전, 내가 처음 운전을 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빠, 로터리에서는 어떻게 밖으로 빠져나가요?"


"하... 그것도 몰라? 어떻게 너는 29살이 다 되어서 그런 것도 모르냐?"


아빠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니, 아빠. 그니깐 모르니깐 지금 물어보고 있잖아요! 자꾸 뭐라고만 하지 말고 답을 가르쳐주세요. 답을!"


"아니, 당연한 걸 네가 물으니깐 어이가 없어서 그러지. 어휴..."


이미 로터리를 지났는데도 불과하고 아빠와 나는 한참을 싸웠다. 내 자취방 앞에 주차를 할 때였다.


"어, 어, 어! 브레이크!! 브레이크!!!"


지이이이이이이잉. 펑!


순간 난 당황해서 액셀을 밟아버렸고, 자취방 담벼락을 무너뜨려 버렸다. 물론 내 차의 범퍼도 다 망가졌다.


괜히 아빠와 말싸움을 한 것을 후회하며, 1달 내내 무너진 담벼락을 원상복구 시키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그것뿐만 아니다. 처음 운전을 하면서 내가 했던 자잘한 실수만 합쳐도 족히 100개는 넘을 것이었다.




오늘 나의 행동을 반성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미안했다.

'그래, 누구나 처음은 다 그렇지.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를 수가 있겠어? 예전의 나는 지금 아내보다 더 심했잖아!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 한다고 하더니, 딱 지금의 내 꼴이네...'


"미안... 진짜 미안... 앞으로는 너한테 화내거나 뭐라 하지 않을게... 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운전을 하는 동안은 서로 존댓말을 쓰는 걸로 하자! 그러면 서로 막말하는 것도 줄어들고, 그만큼 화도 줄어들 테고. 어때?"


"좋아!"


(잠시 후)


"급브레이크 밟지 말고, 미리미리 속도 줄여서 준비하세요! 어이구, 잘했어요!"


"자~ 이제 100m 앞에서 우회전하세요. 와우! 잘했어요!"


위기의 순간들도 있었다.


"자~ 1차선으로 갈아타세요. 아니, 아니, 3차선이 아니라 1차선이요! 좀 똑바로 봅시다! 아니, 아니, 급브레이크 밟지 말라고요! (이 꽉 물고) 급브레이크 밟지 말라고 아까 말했잖아요~~~~ 미리 준비하세요~~~^^"



존댓말 사용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싸우지 않고, 무사히 주행을 마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아내는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도 휘청거린다.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서 아내에게 내가 한 말. (오글거리지만 신혼부부니 참아주세요...ㅎㅎ)


"어이구, 우리 자기 고생했어요~ 오늘 너무 화내서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저도 아까 화내서 미안해요. 사랑해요~♥♥♥"


(항상 마무리는 훈훈하게 ^^)


#운전연습 #드라이브 #신혼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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