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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22. 2020

자취방 담벼락을 무너뜨렸다.

10년 장롱 면허를 가지고 있던 아내가 최근에 운전을 배우고 있다. 조수석에 앉아 아내의 운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너무 답답하다. 느릿느릿한 속도, 조심성 없는 급브레이크, 급발진, 차선 침범 등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운전을 못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답답한 마음에 아내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며 훈수를 둔다.


"아니, 그게 아니잖아. 왜 이렇게 운전을 못해?"


하지만 사실 내 과거를 돌이켜보면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 초보 운전 시절에 난 아내보다 더 심했다.




첫 번째, 드라이브 파킹 사건


운전경력 2개월 정도 되었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밤 11시 일정을 마치고 집 앞에서 주차를 하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주차를 하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휴~~ 드디어 주차 완료!'


차에서 내리는 순간, 차가 앞으로 전진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급하게 다시 차에 타서 기어를 파킹으로 바꾸고 시동을 껐다. 난 기어를 D로 한 채, 시동도 끄지도 않고 차에서 내렸던 것이다! 정말 1cm~2cm의 간발의 차로 앞차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식은땀이 나면서도 어이가 없기도 하다.



두 번째, 묻지마 후진 사건


운전경력 3개월 차, 운전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좁은 길로 차를 몰고 갔다. 차가 한 대 반 정도 지나갈 수 있을 만한 아주 좁은 길이었다.


반대편에서 택시가 왔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양보해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나에게 욕설을 하면서, 빨리 비키라고 했다. 기사 아저씨가 너무 무서워서, 내가 양보를 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후진을 하는 만큼 아저씨는 전진을 했고 더 이상 나는 후진할 공간이 없었다. 


(경적소리)

"야, 인마 빨리 안 비키고 뭐해! 야 이 새키야!"


아니, 더 후진하면 안전 바(?) 같은 데에 닿이는데 어쩌라고! 하지만 아저씨의 경적소리가 너무 무섭고 멘탈이 나가 있는 상태였기에, '묻지마 후진'을 하고 말았다.


찌이이이익


이상한 굉음이 들렸다. 하... 내 차.... ㅠㅠ 학교에 돌아가서 차를 살펴보니, 페인트가 묻어 있었다. 페인트를 지우고 있는 나를 보고, 동료 선생님들마다 무슨 일인지 물었다. 너무 부끄러워서 솔직하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음... 그게... 하하하하하하하'

아직도 가끔씩 차 얘기만 나오면,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 일이 회자되고 있다. ㅎㅎ...


그날의 상처... 내 차야 미안하다 ㅠㅠ


세 번째, 자취방 담벼락 파괴 사건


가장 초반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역대급 사건이기에 일부러 뒤로 뺐다. 당시 나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는 아빠와 한참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역시 가족끼리 운전연수는 하면 안 된다...)


"야, 어떻게 29살이나 먹고 로터리 도는 방법도 모르냐? 어?"


"아니, 모를 수도 있죠. 여태까지 운전을 한 번도 안 했는데! 뭐라만 하지 말고 그냥 가르쳐주면 안 돼요?"


"아니, 그건 기본이잖아!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


"아빠는 처음부터 잘했어요? 네??"


한참 동안 말싸움을 하다가 자취방에 도착했다. 후면주차를 안 하고 바로 정면주차를 하는데, 실수로 라인을 잘 못 맞춰 바퀴가 담벼락을 넘었다.


"어, 어, 어!!!! 브레이크! 브레이크!"


난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액셀을 밟았고, 측면 담벼락부터 정면 담벼락까지 박살을 내고 말았다. 너무나 황당하셨는지, 아빠는 한동안 말이 없이 한숨만 푹푹 내셨다. 담벼락뿐만 아니라 내 차도 앞쪽 범퍼가 다 날아가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그렇게 산 지 1달도 안 된 내 새 차는 망가졌고, 내 멘탈 또한 박살 났다.


삼촌과 복구한 담벼락


집주인 분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자취방 담벼락을 다시 원상복구 시키기로 했다. 난 인테리어 일을 하시는 삼촌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삼촌과 함께 무려 2주간 담벼락을 수리했다.(물론 삼촌이 거의 다 하셨지만... 삼촌 죄송합니다... ㅠㅠ)




그렇다. 난 아내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더니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아내에게 사과하고 싶다.


자기야, 내가 미안해♥



#운전연수 #자취방담벼락파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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