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초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우리는 보다 건강한 관계와 서로의 성장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버킷리스트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 우리는 같이 하고 싶은 것들이 아주 많았다.(물론 지금도 많지만..^^;;) 가볼 곳도 많고 해 볼 것도 많아서 24가지 버킷리스트를 금세 작성할 수 있었다.
현재는 2020년 10월.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지 약 1년 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이미 이룬 항목들을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그중 몇 가지 눈에 띄는 항목들이 보였다.
커플 공개. 당시 우리는 뮤지컬 동아리에서 몰래 사귀고 있는 상태였다. 당시 동아리의 분위기가 왠지 사귄다는 것을 밝히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우리 커플의 007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비밀유지로, 무려 반년 넘는 기간 동안 우리가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크으으... 추억 돋는구먼~
부모님께 인사드리기. 그 당시 우리는 결혼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당장 사귀는 걸 공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태에 결혼은 무슨...ㅎㅎ) 적어도 연애를 3년 이상은 하고 결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이후, 양가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추진력(특히 우리 엄마...ㄷㄷ)으로 부모님께 인사드린 지 3개월 만에 결혼 얘기가 오가게 되었고, 1년 뒤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물론 코로나로 결혼식이 5개월 미뤄지긴 했지만...)
요리 만들어먹기. 그 당시에는 내가 여친(현아내)보다 요리를 좀 더 잘했는데, 결혼 후에는 아내가 급성장해서 이젠 나보다 훨씬 요리를 잘한다. 안 되겠다. 언제 한 번 요리 배틀 떠야겠다. ㅋㅋㅋ
그리고 여행...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의 여파로 여행은 생각보다 많이 다니지 못했다. 여행지도의 1/10을 채우기로 했는데, 1/100은 채웠을까...? 슬프다... 빌어먹을 코로나!
이렇게 하나씩 버킷리스트 목록을 지우다 보니,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와, 그때 서울 여행 정말 재미있었는데~ 공연도 보고 내 친구들도 소개해주고~"
"헐~ 차에서 같이 영화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때 럽스타그램 팔로워 1만 목표 잡았던 거 기억나? 새내기 커플의 패기였네~ ㅋㅋㅋㅋ"
추억들을 회상하며 '생각보다 우리가 그동안 참 많은 추억을 쌓아왔구나.' 하며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다.
"진짜 추억 돋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다니...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인 거 같은데..."
"그러게, 시간 참 빠르다!"
"몇 년 뒤에 지금 이 순간들을 되돌아봤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기분이겠지?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ㅎㅎ"
"자기야, 우리 과거에 전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금처럼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자~♥"
"그래~ 좋아유~~~"
1년, 10년, 30년 뒤 우리 부부의 모습은 어떨까? 딱 지금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다.
#버킷리스트 #신혼부부 #신혼부부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