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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때 30살은 진짜 어른 같았다.

by 교실남

평소대로 저녁 9시가 되자마자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불과 2주 전만 했어도 후덥지근 했는데, 이제는 쌀쌀하다.


"와... 벌써 가을이 온 건가... 시간 정말 빠르다. 특히 올해는 내 시간이 순삭된 느낌이야."


"그러게... 와... 자기야, 우리 벌써 30살이야. 이제 30대라고!"

"우리가 30대라니... 믿기지가 않네... 불과 얼마 전까지 20대 초반이었던 거 같은데..."


"21살 때 본 30살은 완전 어른처럼 보였는데... 우리가 벌써 그 나이가 되었네. ㅎㅎ"


"근데 생각보다 별 거 없는 거 같아. 엄청난 어른이 된 거 같지도 않고... 직장이 생긴 거? 몸이 좀 늙은 거? 우리가 결혼한 거?"


"음~~~ 나는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ㅎㅎ"


"어떤 점이?"


"나는 서른 전에 뭔가를 꼭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거든. 그래서 뭔가를 계속 찾아 헤맸던 거 같아. 근데 서른 즈음이 되니까.. 아.. 내가 꼭 뭐가 될 필요는 없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 대신 삶의 방향성이 생겼지. 확실히 이십 대 때 보단 여유가 생긴 거 같아. 너는 그렇지 않아?"


"그러게. 생각해보니깐 나도 많이 바뀐 거 같다. 나도 너처럼 항상 대단한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거 같아. 주변 사람들이랑 항상 비교하고, 그 사람들보다 더 잘나야 할 거 같고... 나 스스로를 정말 많이 괴롭힌 거 같아. 근데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굳이 그렇게 비교하고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는 거 같아."


"자기야, 10년 뒤에 우리 모습은 어떨까?"


"와... 10년 뒤면 마흔이네!"


"10년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도 지금처럼 사이가 좋을까?"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 모인 데서 배우자 욕하고, 후배들한테 너는 결혼하지 마라. 그런 소리 하는 선배는 안되고 싶다... ㅎㅎ"


"으~~ 그렇게 되는 거 아냐?? 무섭다!"


"우리가 지금처럼 매일 같이 산책하고 자기계발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면,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겠지?"


"좋은 부부뿐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어 있겠지. 근데 미래도 중요하지만 난 지금 현재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 "


"행복한 현재가 모이면 분명 미래도 행복할 테니까.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잊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오늘따라 산책길이 더 즐겁다.



#생각 #산책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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