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내가 변했다.

by 교실남

"몹시도 좋았다아아~~ 너를 지켜보고 설레고~ 수줍게 질투도 해떠언~~♪"


"자기야, 운전하는데 시끄럽거든. 좀 조용히 해줄래?"


"싫어. 나 지금 노래 부르고 싶단 말이야. 요새 노래방도 못 가고, 차 타는 시간만 기다린단 말이야!"


헐... 아내가 변했다. 원래 차에서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항상 나였는데... 문득 1년 전 일화가 떠올랐다.




뮤지컬 공연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자기야, 나는 노래에 재능이 없나 봐.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거 같아."


"노력? 글쎄... 네가 노래 연습하는 걸 별로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뮤지컬 연습할 때에는 열심히 하거든? 그리고 따로 노래 연습할 공간이 별로 없단 말이야!"


"공간? 아니, 내가 차 안에서 노래연습하라고 해도 너는 안 하잖아. 내가 보기에는 네가 재능이 없다기보다는 그냥 연습 부족인 거 같은데..."


내 말을 듣자 아내가 서운했는지, 눈물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난 원래 차 안에서 노래 잘 못해! 그런 거 못하는 성격인 거 알잖아! 너는 원래 그런 성격이니깐 아무데서나 노래도 잘 부르고 하지만 난 그런 거 못한단 말이야!"


"...(할많하않)"




원래 그런 거 잘못한다던 아내는 나와 함께하면서 점점 변해갔고, 이제는 나보다도 노래를 더 많이 부른다. 차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흥얼흥얼 대며 노래혼을 불태운다. 물론 노래 실력도 전보다 훨씬 많이 좋아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의 부탁을 받으면 거절을 잘 못하고 맨날 혼자 끙끙 앓았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싶은 건 거절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아무래도 같이 지내면서 단호할 때는 단호한 내 성격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나도 아내를 만나고 많이 변했다. 나는 한 번 기분이 상하면,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되는 스타일이었다. 뒤끝도 장난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연애 초반에 아내가 무척 애를 먹었다.


"하... 네 말은 이해가 되는데 기분이 나아지지가 않아... 계속 화가 나..."


"00아. 우리 재미있는 거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데 이렇게 싸우는 데 시간 쓰지 말자. 나 너랑 싸우기 싫어.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하자."


아내의 말대로 생각해보니, 내 인생을 감정적인 부분으로 굳이 소모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고, 그때부터 아내를 닮으려고 노력했다. 차분하고 단순한(=화가 쉽게 풀림, 뒤끝 없음) 아내와 함께하면서 점점 내 성격은 바뀌어갔다.


(현재 시점)

"자기야, 자기 예전에는 진짜 뒤끝 작렬이었는데... 화 풀라고 해도 며칠이나 가고... 너무 힘들었어... ㅎㅎ 근데 요즘에는 화를 내는 것도 별로 본 적이 없고 금방 화도 풀고. 진짜 많이 변했다. 사람 됐어!"


"ㅎㅎ 그러게... 요즘엔 네가 더 화를 많이 내는 거 같은데? ㅋㅋㅋㅋ"


"(째려보며) 뭐?!? 너 일루와 봐!"



우리는 서로 만난 뒤로 참 많이 바뀌었다. 성격적인 부분들 뿐만 아니라 생활적인 부분들도 많이 바뀌었다. 나의 경우 화장실 볼일을 보고 변기뚜껑 닫고 물 내리는 것, 과자 먹고 봉지 치우는 것, 설거지 제때 하는 것 등... 후훗. 사람 됐군! ㅎㅎ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더니, 진정 바뀌고자 하면 충분히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힘인가!



#아내 #신혼부부 #변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