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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Oct 13. 2020

브런치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100만 조회수 달성으로, 어제 난 엄청 들뜬상태였다. 아침에 쓴 글에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결과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나에게 100만 조회수 달성은 생각보다 큰 의미였나 보다...

 

다음 메인에 내 글이 노출이 되어 조회수가 확 터지거나, 구독자가 확 늘어났을 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작가들이 걸리는 병이 하나 있다. 바로 '알람 확인병'... (심리학에서 말하는 가변적 보상 제공으로 인한 중독과 비슷하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알람이 울리면 혹시 누가 내 글에 댓글을 달아줬나, 구독자가 늘었나, 조회수가 얼마나 늘어났나 너무 궁금하다. '이번만 확인해야지.'하고 확인하고 이번에는 알람까지 꺼서 다시 일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음... 시간이 좀 지났는데, 내 글의 조회수가 얼마나 올랐는지 한 번 확인해볼까?'


그동안 '알람 확인병'을 나름 컨트롤을 잘해왔는데(휴대폰을 아예 숨기거나 해서) 오늘만큼은 절제를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알림 하나!

'헐~~ 이것은 작가에게 제안하기 알림이 아닌가?'


너무 궁금해서 바로 이메일에 들어가서 확인을 했다.

 

작가에게 제안하기로 온 메일 내용


'헉... 체인지그라운드 PD님에게서 온 제안이잖아? 내가 좋아하는 신박사님, 고영성 작가님, 웅이사님이 계시는 체인지그라운드? 미쳤다, 진짜 미쳤다!!!(환호)'


특히 신박사님과 고작가님은 2년 전, 내가 슬럼프에 벗어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은인이시다. (물론 그분들은 나를 잘 모르시지만 ㅎㅎ) 그분들의 뼈를 때리는 팩폭 영상 덕분에, 가짜 긍정 뉴에이지 사상에 빠져있던 난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폐인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 제안은 나에게 더욱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PD님이 주신 제안은 이랬다. 조만간 체인지그라운드와 대교가 주최하는 독서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하는 '빡독'이라는 행사가 있는데, 그 행사 안에서 스피치 발표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피디님 중 한 분이 내 브런치 글을 읽고 자기계발을 정말 열심히 하는 분(?)이어서 인상 깊었다고 말씀해주셔서 이렇게 제안을 주셨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어,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와~~~~~ 자기 멋져 부렸어~ 와... 근데 진짜 신기하다. 우리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빡독 행사가기잖아~ 근데 빡독 행사에서 스피치 발표라니!"

우리 부부의 버킷리스트 중 일부


"음... 근데 좀 고민해보려고..."


"왜? 한 번 해보지!"


"음... 좀 있다가 다시 전화 줄게~"




한참을 고민 끝에, PD님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스피치 발표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거리상 여건이 안 되었다. 당장 다음주 수요일에 서울로 올라가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다음주 수요일은 아이들이 전면등교를 하는 날이다. 수업이 끝나고 서울로 출발하면 너무 늦다.


둘째, 아직 교실남의 정체를 밝히기가 두려웠다. 혹시나 내 글을 읽고 특정 학부모님이나 선생님 혹은 교장, 교감 선생님이 화가 나서 나에게 연락이 오거나, 해코지를 할까봐 무서웠다. 나중에 내 정체를 밝힐 때까지 당분간은 익명성에 기대어서 소신 있는 글을 쓰는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첫째와 둘째 이유는 핑계에 불과했다. 첫 번째 이유에 대해서, PD님께서는 이번 행사가 여건이 안 되면, 다음 행사 때는 주말 촬영으로 바꿔 주신다고 하셨다. 두 번째 이유 같은 경우는 굳이 교실남이라는 것을 안 밝히고 발표를 하면 그만이었다. 사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계속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과연 나는 이 스피치 발표를 할 자격이 있을까?'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니, 난 자격이 없었다. PD님은 내가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하셨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사실 체인지그라운드 PD님들이나 다른 독자분들이 나보다 몇 배는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체인지그라운드, 신박사TV, 독서연구소 영상을 봐와서 알고 있다.


이분들에 비하면 나는 새발의 피다. 난 그저 예전보다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더군다나 최근에 많이 해이해졌다. 아침에 글쓰기도 맨날 늦고, 독서도 제대로 안 하고, 저번주 같은 경우에는 주말 중 하루는 거의 통째로 놀았다. (맨날 글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


갑자기 자기객관화가 되면서 엄청 부끄러웠다.


'아이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끔 도와주겠다던 내 진심은 어디로 갔는가?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겠다던 내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


스피치 발표를 하더라도 나 스스로 떳떳하고 당당한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피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PD님께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PD님, 제가 지금은 제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해서 스피치를 못 할 거 같아요. 혹시 몇 달 뒤에, 제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때가 오면, 그때 스피치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언젠가 또 작가님이랑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그때까지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정말 빡세게 살아보려고요. 오늘 PD님 덕분에 정말 좋은 자극 많이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과연 몇 달 뒤, 나의 모습은 어떨까?


앞으로 교실남의 폭풍성장스토리를 기대해주시라. ^^



#브런치 #작가제안 #체인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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