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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21. 2020

#1 꿈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다.

자각몽과의 만남

최근 들어 새로 발견하거나 알게 된 지식도 많지만, 수면에 관해 확실히 알려진 것은 10%도 되지 않는 듯하다. 그만큼 아직 수수께끼가 많은 분야인 것이다.
- <숙면의 모든 것> 니시노 세이지 -
자각몽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채로 꾸는 꿈을 말한다. 하지만 그 용어는 일상어법에서 자신이 꾸는 꿈을 자의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즉 하늘을 날자고 결심하거나 문제 해결 같은 꿈의 기능들을 활용하는 쪽으로 꿈속 경험을 조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매슈 워커 -


내가 자각몽을 처음 접한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다.


당시 절친 정호와 하교를 하면서 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정호에게 얼마 전에 꾼 예지몽 무용담을 자랑했다.


"야, 너 예지몽 꿔봤냐? 나 얼마 전에 예지몽 꿨다! 꿈에서 재호가 말뚝박기를 하다가 청바지가 찢어지는 걸 봤는데, 다음 날 아침에 학교 가자마자 재호한테 꿈에서 청바지 찢어졌다고 말뚝박기 하지 말라고 알려줬거든. 근데 어떻게 됐는지 알아? 재호가 그날 진짜 말뚝박기를 하다가 청바지가 찢어진 거야! 심지어 꿈에서 본 옷이랑 똑같아!"


"에이~ 설마~~"


"아니, 진짜라니깐! 재호한테 가서 직접 물어봐!"


"그래그래. 뭐, 그렇다고 쳐주지 뭐. 그럼 넌 혹시 자각몽 꿔봤냐?"


"엥? 자각몽이 뭔데?"


"자각몽을 꾼다는 건 네가 꿈 안에서 꿈을 꾸고 있다고 자각하는 걸 말해. 쉽게 말하면 네가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서 아는 거지."


"엥? 나 그거 자주 꾸는데? 다들 경험하는 거 아니야?"


"뭔 소리야. 거짓말하지 마. 자각몽이 얼마나 꾸기가 힘든데... 그럼 너 꿈 조종은 해봤어?"


"꿈 조종? 그건 또 뭔데?"


"자각몽을 꾸면서 네 마음대로 꿈을 조종하는 거."


"어, 그건 안 해봤어. 근데 날아다니거나 높이 점프하는 거는 되던데? 다른 것도 시도해보면 될 거 같기도?"


그 이후로 난 자각몽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난 적어도 꿈에 있어서 만큼은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일단 잠을 자기만 하면 무조건 꿈을 꾼다. 심지어 4~5분 쪽잠을 잘 때도 나는 꿈을 꾼다. 수면은 보통 비렘수면과 렘수면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맨 처음 잠에 들면, 비렘수면 단계에 들어가면서 몸과 뇌가 쉬게 된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몸은 쉬나 뇌는 활동하는 렘수면(=꿈) 단계가 진행된다. 수면주기는 비렘수면-렘수면-비렘수면-렘수면----- 이런 식으로 반복된다.

수면주기(출처: <숙면의 모든 것>, 니시노 세이지)


근데 나의 경우는 5분 쪽잠을 잘 때도 꿈을 꾼다. 이 말은 맨 처음 꿔야 하는 비렘수면을 건너뛰고 바로 렘수면을 꾼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몸이 피곤할 때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피곤 유무에 상관없이 항상 꿈을 꾼다. 거기다 심지어 나는 꿈일기의 도움 없이도 꿈의 내용을 대부분 잘 기억하는 편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밤에 잘 때 꿈을 꾼다. 다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이러한 특이체질 탓에 중학교 시절, 난 꿈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기, 꿈속 사람들과 농구 경기하기, 해리포터 퀴디치 경기하기, 주먹으로 내 얼굴을 통과도 해보기,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하기 등등 꿈에서 온갖 시도들을 해보았다.


그때 했던 것들 중에 가장 엽기적인 실험은 '다른 사람과 꿈속 연결이 가능한가?'였다.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았다. 그날 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바로 꿈나라로 직행,



나는 어느 성 안의 미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참 동안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꿈속을 현실처럼 여기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당시 나는 확실한 RC(Reality Check: 꿈속에서 알아차릴 계기를 제공하는 것, 예)영화 '인셉션'의 팽이)가 없었기에,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었다.


'어? 내가 성 안을 왜 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거기다 미로? 내가 처음 보는 곳이잖아?'


주먹으로 벽을 쳐봤는데, 전혀 아프지가 않다. 점프를 했는데, 내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점프가 된다.


'오, 자각몽에 들어왔다~ 그럼 친구를 찾으러 가볼까?'


한참을 돌아다니다, 꿈속 연결을 확인할 수 있는 친구를 성 계단 모퉁이에서 찾았다. 같은 반 친구 호범이었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야, 옥호범!"


내 얘기가 안 들리는지, 나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찾는 내 친구 호범,


"야!!!! 내 얘기 안 들리냐!!!!"


그제야 내 쪽을 향해 돌아본다.


"너 지금 뭐하냐? ㅋㅋㅋ 야, 인마 여기 꿈이야. 정신 차려. 눈빛이 무슨 뭐에 홀린 거 같냐?"


"나 지금 엄마가 사준 mp3 찾아야 해. mp3 빨리 찾아야 된단 말이야."


"뭔 소리야. 여기 꿈이라니깐! 너 내일 내가 학교에서 지금 있었던 일 물어볼 거니깐, 꼭 나한테 대답해줘야 해. 알겠지? 야, 딴 데 정신 팔지 말고 알겠지?"


"어..."




(다음날 학교)


"야, 옥호~ 어제 혹시 너 꿈꾼 거 기억나냐?"


"나? 어, 어제 꿈꾼 거 같기도...?"


"기억나는 거 있으면 말해봐."


"음... 무슨 전자기기를 계속 찾았던 거 같은데..."


"(엄청 흥분하면서) 어?? 진짜? 혹시 거기서 나 만난 건 기억나냐? 이상한 성 안에서 나 만났잖아? 아니야?"


"잘 모르겠는데... 모르겠다. 기억이 잘 안나..."


(시무룩...)


그날 밤 집에 와서 중2의 심각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정말 호범이는 그날 꿈에서 나를 만난 걸까? 아니면 전자기기를 찾았다는 건 그냥 우연의 일치였을까? 만약 다른 사람과 꿈속 연결이 가능하다는 내 가설이 맞다면, 분명 호범이와 내가 꿈을 꾼 시간이 일치하기는 힘들었을 텐데, 꿈에서는 시간을 초월하는 게 가능한 걸까? 과거의 누군가와 내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할까?'




하지만 나의 이런 꿈에 대한 호기심과 비밀을 파헤치려는 열정도 중3이 되면서 식어버렸다. 당시 고등학교 진학 준비로 바빴기 때문이다. 당장 공부에 신경을 써도 모자랄 판에, 나에게 여유롭게 꿈 연구를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자각몽을 꾸면 현실감각이 줄어들고 피곤해진다는 부작용이 있기에, 나는 더욱더 자각몽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지양했다. 자각몽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으니, 꿈은 꾸지만 자각몽을 꾸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그렇게 자각몽은 점점 내 머릿속에서 잊혀갔다. 당장의 현실세계가 훨씬 더 중요하기에, 더 이상 내 인생에서 가상의 세계인 자각몽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우연한 계기로 자각몽과의 인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음 편 계속)




#자각몽 #꿈 #과거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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