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제자의 인터뷰 요청
토요일 저녁, 작년에 졸업한 제자, 진경(가명)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진경이는 작년에 청소년 과학 탐구대회를 지도하면서 친해진 제자다. 내가 직접 담임을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다. 진경이는 졸업을 하고 나서도, 나에게 가끔씩 학업이나 교우관계 관련해서 상담을 받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우리 반의 줌터디에도 같이 참여를 하고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서 연락을 했을까?'
카카오톡을 열어보니, 이렇게 문자가 와있었다.
존경하는 사람 인터뷰라니... 갑자기 부담스러워졌다... ㅎㅎ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그래서 제자에게 다시 이렇게 카톡을 보냈다.
뭐 괜찮다고 하니, 그래 너의 인터뷰에 응해주지~ㅎㅎ 코로나 때문에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워, 질문지를 보내주면 글로 작성을 해서 보내주기로 했다. 다음날 바로 질문지를 보내오는 진경이.
와... 생각보다 질문이 너무 많다... 괜히 인터뷰 요청에 응했나 살짝 후회가 되었다. ㅎㅎ 그래도 아끼는 제자의 요청이니 질문에 정성스럽게 답을 했다.
성장하는 삶을 살고 있는 초등교사, 그의 열정과 노력이 궁금하다! (시작부터 뭔가 오글오글... ㅎㅎ)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00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4년 차 교사 000입니다.
2. 어떠한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 집에서는 가정적인 남편이자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아들, 사회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챙기는 친구이자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3. 독서, 글쓰기, 운동 등을 통해 매일 자기계발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빠른 성장을 위한 좋은 방법들 중 하나는 롤모델을 설정하고 이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입니다. 수십 권의 자기계발 서적을 읽어본 결과,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매일 독서, 명상, 운동과 같은 활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성장하는 삶을 위해, 이들이 하는 행동(독서, 글쓰기, 운동, 명상 등)을 그대로 따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4.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변화한 점은 무엇인가요?
글쓰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첫째,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현재 매일 글을 쓰기로 다짐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저는 단 하루도 글을 빼먹지 않고 매일 꾸준하게 글을 썼습니다. 사실 이렇게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은 온갖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게으름 탓에 항상 무언가를 결심하면 작심삼일이었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성공한 사람들은 나와 유전자가 다른 걸 거야. 아.. 그냥 내일로 미루자.' 등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죠. 하지만 저는 그 생각들을 뿌리치고 6개월 동안 매일 글쓰기를 했고, 그리고 그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저 또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둘째, 많은 성과와 연결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약 6개월 간, 브런치에 매일 한 편씩 175편이나 되는 글을 꾸준하게 쓴 결과, 구독자 631명, 조회수 160만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브런치 글을 통해서 강의 제의와 인터뷰 제안도 받게 되었고,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기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성과와 연결들입니다.
셋째,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졌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슬럼프 때,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방구석에 틀어 박혀서 매일 10시간씩 게임을 할 때보다, 지금 목표와 꿈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이 훨씬 풍요롭고 행복합니다.
5. 매일 데일리 리포트 작성이나 운동, 글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 이주일을 버티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안 하던 것을 하려고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제 의지를 잘 따라와 주지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이것만 견디면 성장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라고 되뇌면서 억지로 버텼습니다. 그 인내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좋은 습관이 생겨 있더라고요. 이 행위들이 습관으로 변한 뒤부터는 예전처럼 그렇게 힘들지가 않습니다.
6.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어떠한 감정이 들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2017년 이맘때쯤, 저에게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내가 사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철학가들은 이를 '실존적 공허'라고 부르더군요.
무려 1년 반의 슬럼프 기간 동안, 저는 폐인처럼 생활을 했습니다.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현실도피를 위해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게임에 빠져 살았습니다. 사실 저는 신이 무언가를 통해 하늘의 계시를 내려서 '너의 삶의 이유는 ~~ 다.'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방 안에 무기력하게 누워서 생각을 해보니, '그동안 내가 나를 스스로 괴롭히고 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더 이상 제 자신을 괴롭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한 삶의 의미는 누군가 부여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2년이란 시간 동안, 제가 정한 삶의 목적에 따라 꾸준하게 목적에 맞는 행동들을 실천했고, 그 결과 슬럼프를 벗어나 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7. 꾸준한 성장을 통해 5년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실 5년 안에 꼭 무엇을 이루어야겠다고 정해놓은 건 아직 없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깐요. 대신에 저는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글쓰기, 명상, 운동, 작곡 등의 자기계발을 꾸준히 계속하려고 합니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자동적으로 따라오더라고요. ㅎㅎ
8. 지식 전달자가 아닌 영감을 주고 싶은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감을 주기 위한 노력을 하셨나요?
저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좋은 습관, 학습할 수 있는 환경 설정 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환으로 첫째, 아이들에게 일기 대신 매일 데일리 리포트 작성을 하도록 했습니다. 데일리 리포트는 내가 하루 동안 한 일을 적은 기록을 말합니다. 데일리 리포트를 통해 우리는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고 꿈과 목표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습관들을 알아채고 바로 잡으면서, 보다 행복한 하루하루를 영위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습관 형성을 시켜 주기 위해서, 일주일에 네 번 저녁에 온라인 줌 스터디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줌 스터디는 줌을 켜놓고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온라인 스터디를 말합니다. 서로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 자극을 받을 수 있고, 함께 공부를 하기 때문에 그 책임감에 보다 공부하는 습관을 형성하기가 쉽습니다.
셋째, 아이들에게 직접 성장하는 모습을 솔선수범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빠른 성장을 위한 좋은 방법은 롤모델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주변 어른들을 보고 배웁니다. 제가 직접 아이들의 롤모델이 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니, 아이들의 행동의 확연하게 달라짐을 느낍니다.
9. 마지막으로 선생님처럼 성장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과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제임스 클리어 작가님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한 번만 읽어보지 말고, 3~4번 반복해서 읽어보고 직접 실천해보면서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어 보세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일단 해봐라.'입니다. 우린 무슨 일을 시도하기 전에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힘들면 어떻게 하지?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등등 온갖 불안과 걱정, 두려움 등의 쓸데없는 고민들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모두 던져 버리고, 일단 해보세요. 일단 하고 나서 그다음에 생각하세요. 쓸데없는 생각의 비중을 줄이고 실천의 비율을 점차 높여갈 때마다, 여러분들의 인생은 점점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 드디어 질문지 완성... 질문지를 완성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자 덕분에 글쓰기를 하면서 좀 더 내 생각들이 명확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제자에게 정성스럽게 작성한 질문지를 다시 보냈다.
부디 내 인터뷰가 제자에게, 그리고 그 반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글이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나 영감을 줄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
#제자 #인터뷰 #생각보다힘드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