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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n 26. 2020

감사일기 153일째, 나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변화

2020. 01. 26 (일). 나는 내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보고자 감사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감사일기의 효과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다. 감사는 세로토닌을 증진시킨다던지, 수면의 질을 향상한다던지, 도파민 회로의 활동을 개선한다던지,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인다던지... TV나 인터넷을 보면 감사일기로 삶의 변화를 체험했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긴가민가 하면서, 하루 이틀 깔짝깔짝 하다가 결국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데일리 리포트를 꾸준히 적어서 효과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감사일기도 최소 100일 이상 꾸준하게 적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매일 아침, 3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서 감사할 것들 4가지를 꾸준하게 적었다. 어느새, 10일이 지나고 100일이 지나고, 150일이 지났다.




얼마 전에, 학교 연구실에서 혈액형과 형제관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선생님 한 분이 나에게 물었다.

음... 선생님은 O형 맞죠? 형제자매도 1~2명 정도 있을 거 같은데...

주변 선생님들이 다 동의했다. 왠지 00 선생님은 긍정적이고 주변 사람들도 잘 배려한다며, O형일 거 같다고 하셨다.(사실 혈액형에 따른 성격 분류는 비과학적이라고 합니다. 재미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별 거 아닌, 이 대화가 사실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혈액형과 형제관계 맞추기를 하면 나는 만년 'B형에 외동'이었다. (실제로는 B형에 여동생 한 명이 있다...) B형을 긍정적으로 보면,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이고 자기표현을 잘하는 성격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나보고 'B형에다 외동'이라고 추측하는 속 뜻에는 아마 '이기적'이고 '배려심이 없음'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동학년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00선생님은 진짜 긍정적인 거 같아.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정말 99살까지 살 수 있을 거 같아!(내 목표 중 하나가 99살까지 지금처럼 건강하게 사는 거다. 이 분은 나의 목표를 알고 계심.ㅎㅎ) 

동학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원래 이렇게까지 긍정적이었나?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부정적인 사람인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라고 칭찬을 받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올해 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은 꽤 있었으나,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밖에 못 나갈 때도, 갑작스럽게 온라인 개학 준비를 할 때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며 수업을 할 때에도, 코로나로 결혼식이 4개월이나 연기되었을 때도, 악플을 받았을 때에도 난 감사일기를 썼다. 지금 내 몸이 건강한 것에 감사했고, 온라인으로라도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마스크가 불편하더라도 우리 반 아이들과 직접 대면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결혼식이 연기되어 식장, 신혼여행 등 계약금을 다 날렸지만, 현재 아내와의 관계가 더 돈독해진 것에 감사했다. 사람들이 내 글에 악플을 달더라도, 내 글에 대한 관심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153일 동안, 감사하는 행위는 나도 모르게, 나에게 서서히 스며들어, 습관이 되었다. 




'감사하기'가 습관이 되다 보니, 별 일이 없어도 항상 기분이 좋았다. 학교 출근길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꽃들에게 감사했고, 아프지 않고 꼬박꼬박 학교에 나와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했고, 항상 나를 아껴주고 챙겨주는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감사했다. '모든 사물, 사람, 지금 이 순간, 나 자신, 어제 있었던 일' 등 모든 것들이 감사의 대상이 되었다. 진심으로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해졌다. 항상 주변 사람들을 웃는 얼굴로 대했고, 궂은일은 먼저 나서서 했다.


그러자 마법 같은 일이 나에게 생겼다.

3일 전에, 열이 38도 이상까지 올라가서 수업 도중에, 선별 진료소로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고, 열의 원인은 장염이었다.


다음 날, 학교에 돌아가니 옆 반 선생님께서 오늘 급식은 밀가루가 많으니 장염에 안 좋다면서, 아이들 급식지도는 본인이 할 테니, 연구실에 죽을 챙겨놨으니깐 죽을 먹으라고 하셨다. 따뜻하게 먹게 하기 위해서, 30분 전에 딱 맞춰서 주문하셨다고 한다. 정말 감동이었다.


그동안 나는 '직장은 삭막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정도 없고, 깊은 관계도 없고, 일적인 관계만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근데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나 자신'이었다.


죽을 뜨면서, 눈물이 나왔다.




감사일기를 계속 쓰니, 감사할 일들이 계속 생겨났다. 10년 만에, 고등학교 절친이 먼저 보고싶다고 연락이 와서 즐거운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작년 학부모님과 학생에게 장문의 감사편지를 받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분들에게 생일축하를 받기도 했다.


남들이 보면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한 일들이다. 


감사로 가득 찬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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