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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n 18. 2020

아웃사이더라서 행복합니다.

누구나 각자 인생에서 자신만의 힘든 순간이 있듯, 내 인생에도 너무나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교육에 대한 열의도 없었고, 인생의 의미도 찾지 못한 시기였다. 항상 침울하고 우울했다.


2018년 3월, 군대에서 전역을 하고 학교에 복직을 했다. 학교에 선배 교사님들이라면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지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아름다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고민상담을 요청하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 진짜 별다른 이유 없이, 학교의 인싸 선생님 한 분에게 미움을 받았고, 어느 순간부터 학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렇게 나는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아닌 반강제적 아웃사이더였다.


처음엔 충격이었다!

학창 시절 내내 반장을 하고, 대학생 때는 학회장까지 했던, 항상 주변에 친구가 많았던 내가 직장 내 왕따라니! 


직장 내 왕따는 학창 시절 때의 왕따와는 다르게, 가해자가 폭력을 휘두르거나 대놓고 욕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사자 앞에서는 과도할 정도로 친절한 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는 다르다. 특히 연구실이나 술자리에서는 신랄하게 상대방을 깐다. 


학기초에는 무리에서 멀어지는 것이 두려워, 이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각종 회식에 따라가기도 했고, 힘든 일도 도와드리고, 오해를 풀기 위해 장문의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 전부 소용없었다. 오히려 이들은 망가진 나를 더욱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결단을 내렸다!

더 이상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기로 했다. 내가 힘들어하는 순간에, 오히려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과 '굳이 억지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엄청난 의식의 변화였다. 그동안은 무조건 관계를 많이 맺는 것이 멋진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생 때는 동기들과 술자리를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인스타, 페이스북 친구수에 집착했고, 게시물을 올리면 따봉을 많이 받는 것이 나의 자랑거리였다.


임용을 합격하고, 첫 발령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밤에는 대부분 선배교사들과 배구와 술로 시간을 보냈다. 그들과 어울리면 내가 진짜 '뭐'라도 된 느낌이 들었다. 술을 펑펑 마시면서, 승진 얘기나 아니면 주변에 이상한 교사들 험담을 하면서 '난 다르다. 난 특별하다.' 하면서 자위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달라졌다. 이제는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 나만의 시간을 쓰기로 했다.


먼저 술자리는 아예 가지 않기로 했다. 학교에 회식이 있어도, 학교의 젊은 선생님이 술을 먹자고 불러도 안 나갔다. 심지어 친구들이 술 먹자고 불러도 안 나갔다. 당연히 처음에는 욕을 오지게 먹었다. '안 그래도 이미지가 안 좋은데, 사회성까지 안 좋다는 식'의 얘기가 내 귀에 들어왔다. 그냥 무시했다.


그리고 게임도 끊었다.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현실도피용으로 하루에 게임을 8시간 이상 이상씩 했었는데, 나 자신을 위해 게임을 끊기로 했다. 몇 달 동안 금단 현상이 계속 왔지만 그냥 참았다.


게임과 술로 낭비했던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우기로 했다.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독서를 했다. 명상도 하기 시작했다. 삶에 의욕이 없어 하루에 한 끼 먹던 밥도 원래대로 3끼로 늘렸다. 전과 달리 수업 준비에도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그냥 아무 생각 안하고 현재, 눈 앞에 있는 일에만 충실히 임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다. 일단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니, 성취감이 생겨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교육에 대한 열정도 다시 되찾았다. 아이들과의 안 좋았던 관계들도 다 회복했다. 근데 한 가지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기존에 나를 싫어하던 몇몇 직장동료와의 관계였다.


이들은 내가 열심히 교직생활을 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나를 못살게 구는데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을 하던지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심지어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학생지도를 하는 나에게, '만약 자기가 학부모라면, 진짜 싫을 것 같다고, 당장 그만두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지가 뭔데? ㅋㅋㅋ 사실 그 선생님과의 우려와는 다르게 학부모님은 엄청 만족하셨다.) 부장회의에서 내가 했던 업무들에서 없었던 사실까지 지어내면서, 업무 능력을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막상 나와 마주치면, 세상 사람 좋은 척하는 그 가증스러움이란!


그들은 내가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원래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대로 내가 움직여주지 않자, 왜 그렇게 행동하지 않냐고 화를 내는 거 같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당장 똑같이 되갚아주었겠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예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에게 나의 시간을 쓰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냥 무시했다. 매 번 태클을 걸어도 그냥 아무 일 없는 듯이 넘어갔다. 


대신에 나는 학교에서의 나의 시간을 내 능력을 키우고 나누는데 쓰기로 했다. 교직원 기타 동아리를 만들고 학생 독서토론 동아리와 하모니카 동아리를 운영했다. 좋은 수업자료나 도구가 있으면 학교의 선생님들과 공유했다.  


그렇게 또 몇 달이 지났다.

 

여전히 그들은 나를 싫어했지만 학교는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능력 있고 친절하다는 소문이 퍼져, 나를 찾는 선생님들이 많아졌다. 아이들도 나를 좋아했다.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이 좋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인싸가 되려고 그렇게 노력하던 때보다 아웃사이더로 생활하고 있는 지금이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하다. 1년 반이 지났지만, 난 여전히 술자리에는 절대로 가지 않는다.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 대신에 그 시간을 온전하게 나 자신과 아내를 위해 쓴다. 요새는 아내와 함께 작곡 학원에 다닌다. 올해 안에 발라드나 R&B 풍의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음반을 만드는 게 내 소소한 목표다.


술자리는 다 끊었지만, 대신에 아내와는 가끔씩 소소하게 맥주 한 캔씩을 즐긴다. 아내와 함께 소파에 누워 치맥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 그 기분이란!


이제는 저녁에 나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하도 거절을 많이 해서 ㅋㅋ) 저녁시간에 작곡 학원을 가거나 글을 쓰고, 밤 9시쯤이 되면 아내와 산책을 같이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함께 독서를 한다. 매 순간 매 순간이 행복하다.

나는 아웃사이더라서 행복하다.



내 주변에는 그 집단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워, 자신과 맞지도 않는 집단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는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들은 진정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기보다, 겉모습(양적 인간관계, SNS, 술자리 모임 등)만 포장하는데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다. 이들에게 딱 한마디만 하고자 한다.

아웃사이더여도 괜찮아! 욕 좀 먹으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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