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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an 04. 2021

스마트폰 노예 탈출을 시도하다.

카톡. 카톡.


저녁시간, 집에서 독서를 하는 도중, 카톡 알람이 울린다. 지금 하고 있는 독서에 집중하기 위해, 그냥 나중에 연락을 할까 잠깐 고민한다.


'근데 혹시 급한 일이면? 누굴까? 너무 궁금해.'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기에 스마트폰 화면 잠금을 바로 푼다. 우리 반 학생이다.


'선생님, 아까 알림장에 적어주신 숙제는 언제까지예요?'


언제까지긴... 당연히 학교에 등교하는 목요일까지지... 지난주 내내 공지하고, 심지어는 오늘 아침에도 얘기했는데 본인은 못 들었단다... 갑자기 확 몰려오는 스트레스... 그때 내 눈에 웹브라우저 어플이 보인다. 습관적으로 어플을 터치한다. 일단 실시간 검색어 한 번 살펴보고, 코로나 라이브로 현재 코로나 상황 한 번 보고, 뉴스 헤드라인을 싹 훑는다.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안 보는 뉴스가 없다. 오랜만에 블로그도 놀러 가 본다. 맞다! 브런치도 빠질 수 없지.


터치. 터치. 터치! 내 엄지 손가락의 열정적인 터치는 끝이 나지 않는다.


아차! 문득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본다. 벌써 시간이 30분이나 지나있다. 눈 깜짝할 새에 내 독서시간의 1/3이 날아갔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내가 스마트폰을 절제하기 위한 시도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손이 안 닿는 곳에 숨기기, 명상하기, 스마트폰이 왜 나에게 해로운 지 글로 써보기, 반 아이들과 아내 앞에서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하기 등 내 나름대로 많은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내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곤 했다.


이대로 포기할 내가 아니다. 언제까지 스마트폰의 노예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니르 이얄, 줄리 리 작가의  <초집중>이라는 책에서 스마트폰의 노예를 벗어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찾았다!


그래!
이번 기회에 스마트폰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주는 거야.
누가 주인이고 누가 노예인지를!


그렇게 나의 7번째 스마트폰 노예 탈출 시도가 시작되었다.




1단계: 삭제


이 단계는 스마트폰으로 딴짓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 없는 앱을 '삭제'하는 단계다. 삭제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한 가지 질문만 던지면 된다.


이 폰에서 나를 지원하는 앱은 무엇이고
 지배하는 앱은 무엇인가?


난 명상으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 뒤, 위의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답했다. 그 뒤 나를 지원하는 앱은 그대로 두고, 지배하는 앱은 바로 삭제했다. 게임, SNS(인스타, 페이스북), 쓸데없이 깔아 둔 좀비 앱들, 심지어 주식앱까지 전부다 삭제했다. 무려 7페이지 분량이나 되는 앱을 2페이지 분량으로 줄였다.


Before(좌)→After(우)


2단계: 변경


이 단계는 문제가 되는 앱을 이용하는 시간과 장소를 바꾸는 것이다. SNS, 주식 앱은 우리의 시간을 수시로 빼앗는 앱이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앱이기도 하다. 우리는 SNS를 통해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거나, 오랜만에 친구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 주식앱을 통해 장기투자를 한 주식을 수익 실현하거나 새로운 종목을 사는 등 주식거래를 할 수 있고, 오늘 시황을 볼 수도 있다.


난 과감하게 이 앱들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했다. 대신에 내게 필요한 SNS와 주식시장을 살피는 행위들을 하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도구를 따로 정했다. 난 퇴근한 뒤 5시 10분부터 6시까지를 컴퓨터로 SNS와 주식을 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사용 시간을 확실히 정하자, 더 이상 나는 나를 유혹하는 앱들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3단계: 정돈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습관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이렇게 설명한다.

1. 신호 → 2. 열망 → 3. 반응 → 4. 보상

우리가 계속 스마트폰으로 딴짓을 하는 것도 습관의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1번 신호를 차단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단계의 목표는 잠금을 해제했을 때 그 무엇도 우리를 딴짓으로 이끌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불필요한 신호를 차단하기 위해 홈 화면(좌)과 앱스 화면(우)을 정돈했다.


우선 나는 불필요한 신호를 차단하기 위해, 홈 화면에 문자, 전화, 네비, 명상 이렇게 필요한 앱들만 남기고 나머지 앱들은 다 앱스 화면으로 넘겼다. 그리고 앱스 화면에 있는 앱들은 전부 '모든 파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파일로 모두 옮겼다. 그때그때 필요한 앱들은 '검색 기능'을 이용해서 찾아서 쓰기로 했다. 3단계 '정돈'으로 인해, 나는 홈 화면, 앱스 화면을 뒤지다가 딴짓을 유발하는 앱과 조우할 확률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4단계: 교정


2013년 애플은 자사 서버에서 전송된 푸시 알림이 총 7.4조 건이라고 발표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외부 계기를 피하기 위해 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바일 마케팅 기업 카후나의 CEO 애덤 마식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중 알림 설정을 바꾸는 사람은 15퍼센트가 채 안 된다. 나머지 85퍼센트는 앱 개발자가 아무 때나 침범하도록 허용한다는 뜻이다. -초집중, p.147-


4단계는 알림 설정을 바꾸는 단계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든 안드로이드 사용자든 관계없이 설정에서 '알림' 메뉴로 들어가면 각 앱의 알림 허용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폰 예시


불필요한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는 방해 금지 모드도 활용하기로 했다. 방해 금지 모드를 사용하면 내가 지정한 시간 동안에 모든 알림이나 문자, 전화, 미디어 소리가 꺼진다. 나의 경우, 혹시나 학부모님의 전화를 못 받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에 아는 번호에 한해서는 전화가 울릴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했다. 4단계를 실행한 뒤로, 불필요한 알림, 스팸 메시지나 스팸 전화 소리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위의 방법을 실행한 지 일주일 반 정도가 지났다. 전보다 확연하게 휴대폰 사용 시간이 줄었다!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너(스마트폰)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라고!


위에 설명한 내용들을 실행하는데 1시간도 안 걸린다. 여러분들도 한 번 실행해봤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스마트폰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화이팅!

  


#스마트폰 #스마트폰중독 #스마트폰노예탈출


<참고문헌>

「초집중」- 니르 이얄, 줄리 리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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